<삼삼한 이야기>그 184번째 단추

어쩌다

by 양하늘



일.


작은 일과 작은 기쁨으로는 살아갈 수 없을 때가 온다.
일상의 굴레가 숨을 막아올 때가 그렇다.
하루종일 엑셀 파일을 끄적였다는 단순한 이유로
기분이 영 별로이고,
그럴 땐 놀이터에서 그네를 높이 타도,
강바람을 쐬며 쌩쌩 자전거를 타도 소용없다.



이.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어쩌다 고양이를 만났다.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고양이는 천천히 다가와서 내 주변을 빙빙 돌았다.
어쩌다 고양이하고 놀 기회가 생겼다.
평소에 꾸준히 고양이를 유혹하는 데 실패한 결과,
이런 우연이 내겐 너무 값졌다.
쉽게 오지 않을 시간이라 오래오래 고양이를 만졌다. 멱살도, 등도, 턱살도.

어쩌다 찾아온 우연만이, 웃을 일이 되어준다.


삼.

B612_20180809_215201_536.jpg

언제 어디서 우연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린 그 작은 기대만으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