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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Aug 15. 2018

<삼삼한 이야기>그 184번째 단추

어쩌다


   
일.

 
작은 일과 작은 기쁨으로는 살아갈 수 없을 때가 온다.
일상의 굴레가 숨을 막아올 때가 그렇다.  
하루종일 엑셀 파일을 끄적였다는 단순한 이유로
기분이 영 별로이고,
그럴 땐 놀이터에서 그네를 높이 타도,
강바람을 쐬며 쌩쌩 자전거를 타도 소용없다.  


 
이.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어쩌다 고양이를 만났다.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고양이는 천천히 다가와서 내 주변을 빙빙 돌았다.
어쩌다 고양이하고 놀 기회가 생겼다.
평소에 꾸준히 고양이를 유혹하는 데 실패한 결과,
이런 우연이 내겐 너무 값졌다.
쉽게 오지 않을 시간이라 오래오래 고양이를 만졌다. 멱살도, 등도, 턱살도.   

어쩌다 찾아온 우연만이, 웃을 일이 되어다.  


삼.

언제 어디서 우연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린 그 작은 기대만으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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