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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Feb 06. 2017

영화 <귀향>, 마음으로 울다

전쟁의 광기를 생각하다


영화‘귀향'은 조정래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위안부 피해자이신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된 영화이다. 14년 전 시나리오가 완성되었지만 변변한 투자자가 없어 촬영에 난항을 겪었던 이 영화는 국민들이 모아준 성금으로 작년 2월 개봉할 수 있었다.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타향에서 죽음을 맞아 돌아오지 못하는 넋을 위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를 통해 바라본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은 비참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여자로서 연결된 그녀들의 삶을 보는 건 맘 아픈 일이었다. 위안부를 비롯해 전쟁 속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그렇다.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이 인간이라는 무한의 스펙트럼 속에서 광기를 발현시키고 살인자를 만든다. 어찌 보면 인간이 동물이 되어버리는 건 쉬운 일이다. 가장 본능적인 생존게임에서 인간은 누구나 동물이 된다. 하지만 어떤 상황도 학살과 같은 비윤리적인 역사를 합리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수많은 위안부 피해자 중 238명만이 일본군‘위안부'피해자로 정부에 등록되었고 현재는 단 46명만이 생존해 있는 상황이다. (출처, '위안부' e역사관) 일본 정부는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고 위안부 할머니들께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역사적 관심을 이어가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참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역사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하며 그로부터 교훈을 얻고 같은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베트남전 성폭행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현재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나비기금' 사업의 일환으로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강간 등 여성 성폭력 사례조사 및 여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확한 사과를 받는 동시에 베트남전 성폭행 피해 여성들에게도 사죄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악이란 뿔 달린 악마처럼 별스럽고 괴이한 존재가 아니며, 사랑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가운데 있다.
그리고 파시즘의 광기로든 뭐든 우리에게 악을 행하도록 계기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멈추게 할 방법은 생각하는 것뿐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위는 철학가 한나 아렌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귀향'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보니 인간과 근본악에 대해 말했던 그녀의 사상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나치즘의 광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어떤 상황에서든 인간답게 생각하는 걸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녀의 철학은 전체주의라는 역사적 잘못으로 얻은 교훈이자 우리가 기억해야할 부분이다.  



인간은 고대부터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토론했다.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했고 옳지 못한 것은 사회적으로 금지시켰다. 지금도 사람들은 공공의 선을 추구하며 사회적으로 결속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인간은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정치적인 행위를 하며 타자와 더불어 사는 명백한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개인주의와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여럿이서 어울리고 교류하는 공적 영역이 사라졌다. 과학 기술의 발전 아래 우리는 생활의 편리를 얻었으나 전혀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산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로 한정되었고 개인의 부 축적과 여가활동이 행복의 전부가 되었다. 고대 인간들은 활동적인 삶을 통해 자신의 인격체를 드러냈다. 공적 영역에서 여럿이 모여 의논하기를 즐겼으며 그를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고자 했다. 인간은 애초에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동물이었으나 우리는 그 사실을 잊고 살고 있다. 혼자서 잘살기를 원하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꺼려하는 우리들에게 인간다움은 사라져버렸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회적 동물일까. 인간이 동물임은 자명하지만 ‘정말 사회적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갈 에너지를 얻고 서로를 도우며 사회적으로 살고 있을까 아니면 자신의 편의를 따진 최소한의 관계를 유지하며 사회적 관심마저 줄여가고 있을까.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많은 이들이 ‘귀향'을 통해 전쟁의 비극에 대해 생각하고 마음으로 울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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