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여우볕, 옆자리
꽃
정밀아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또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여우볕 :
비나 눈이 오는 날 잠깐 났다가 숨어 버리는 볕.
이런 단어를 쓰는 사람은 마음 속에도 여우볕이 있겠지.
누군가 글을 왜 쓰냐고 묻는다면, 울림이 있어서라고 말해야겠다.
어느 단어가, 어느 시구가, 어느 말씨가 준 울림이 가시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