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 <A가 X에게>
좋은 문장 정리.
1
아니,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잡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밤이나 낮이나, 동료 인간들과 함께, 모든 인간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 행렬이 앞뒤로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뒤에 선 사람들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더 이상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드물게 만나고, 점점 더 드물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덧없는 것은 영원한 것의 반대말이 아니에요. 영원한 것의 반대말은 잊히는 것이죠. 잊히는 것과 영원한 것이, 결국에 가서는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은 틀렸어요.
영원한 것이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이 옳아요. 영원한 것은, 독방에 갇힌 당신과, 여기서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당신에게 피스타치오와 초콜릿을 보내는 나를 필요로 하죠.
3
내 아내가, 이제 머지않아 떠날 텐데, 지금 방안에서 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이미 이별이, 버릇없는 원숭이처럼, 창가에 메달려 있네...
4
모든 사랑은 반복을 좋아해요. 그것은 시간을 거부하는 것이니까요. 당신과 내가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5
하지만 완벽한 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점들이지.
6
우리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면 결국 늘 같은 이야기밖에 할 수 없어. 페르난도는 그걸 알고 있었던 거야
7
우리를 두렵게 하는 건 작은 일이에요. 우리를 죽일 수도 있는 거대한 일은, 오히려 우리를 용감하게 만들어 주죠.
8
어떤 역사도 침묵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역사를 아무리 많이 점유하고, 깨부수고, 그에 대해 거짓말을 하더라도, 인간의 역사는 입을 다물기를 거부한다. 무관심과 무지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시간은 현재의 시간 속에 계속해서 째깍째깍 소리를 내고 있다.
9
자발적 용기는 젊은 시절에 시작되죠. 나이가 들며 생기는 건 인내예요. 세월이 가져다주는 잔인한 선물이죠.
10
우린 처음부터 이렇게 될 예정이었을까요?
11
부재가 무라고 믿는 것보다 더 큰 실수는 없을 거에요. 그 둘 사이의 차이는 시간에 관한 문제죠. 무는 처음부터 없던 것이고, 부재란 있다가 없어진 거예요. 가끔씩 그 둘을 혼돈하기 쉽고 거기서 슬픔이 생기는 거죠.
12
하늘은 결코 승자들에게 협력하지 않는다. 하늘은 쫓기는 자들 편이다.
13
그런 작은 선물들에 대해선 서로 감사의 말을 전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그건 관심의 쉼표 같은 것들이에요.
14
지금 우리의 삶은 끝없는 불규칙성에 빠져 버렸어요. 그런 삶을 강요한 자들이 오히려 우리의 불규칙성을 두려워하고 있죠. 그래서 그들은 우리를 몰아내기 위해 담장을 세워요. 하지만 모든 걸 막을 수 있을 만큼 긴 담장은 불가능하고, 어떻게든 돌아가는 길은 있기 마련이죠, 위로든 아래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