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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Jan 22. 2018

<삼삼한 이야기>그 120번째 단추

서로에게 서로가

평균 취침시간은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

밤에 주로 있는 곳은 건대입구 근처 카페다.

12시, 2시, 5시까지 영업하는 세 카페 중 한 곳을 간다.

그러면 일기쓰기나 책읽기 같은 작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좋아서 하는 일 늘리기'라는 올해 목표에 따라 작년보다 열심히 삼삼한 이야기도 쓰고 있다.

삼삼하지 않은 하루가 더 많지만.


1. 님께


새벽 3시쯤 집에 도착했다.

룸메들은 잠에 들었고 불이 꺼진 집에서 슬며시 부엌 형광등을 켰다.   

낮은 탁상 테이블 위에 놓여진 소포. 그 위로 적힌 정갈한 글씨.

아주 낯이 익다. 글씨만 보아도 그녀의 말투가 들려온다.  

한결같은 사람.

은사님이 보내준 아까운 책 한 권을 받고 어둑어둑한 밤이 노란빛으로 환해졌다.


2. 저도요.


개나리의 노랑은
겨울을 이겨낸 나무가 부르는 승리의 노래지만
가슴에 앉은 나비는
돌아오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는 한숨입니다.

진도 앞바다 세월호의 젊은이들,
그들의 영혼도 나비가 되어 기다리는 사람들 곁으로 날아올까요?
나비가 되어도 좋고 꽃이 되어도 좋으니
우리 가슴마다 지워지지 않는 화석으로 남아주길 바랍니다


좋은 글은 열쇠말이 되어 마음의 문을 열고서 들어온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대답해본다.


'사랑합니다'

'저도요'


좋은 글은 독자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 더나아가 행동하게 한다.

집에서의 나의 독서 버릇은 절대 조용하지 않다.

혼잣말을 하고 웃고 계속 밑줄을 긋는다.  

교수님의 책은 쉬운 단어로 쓰였지만 자꾸 책장을 덮고 생각하고 대답하게 한다.


3. 나의 대답

즐거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떤 글로 대답할까.  어떤 선물을 드릴까.

엽서도 골라야 한다.

이쁜 엽서는 항상 나중엔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지로 쓴다.

내 것이 아닌 엽서를 사는 게 나의 취미다.

  

나의 대답이, 그녀의 작은기쁨이 되길.

사랑하는 서로에게 서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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