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하늘 Feb 13. 2018

<삼삼한 이야기>그 136번째 단추

나에게


너 지금 졸리지. 집가서 바로 자고 싶지.

근데, 사무실에 돌아와서 삼삼한 쓰고 있지.  

책상 위에 놓은 책도 읽고 싶고 글도 쓰고 싶지.  

하고 싶은 것만 많지. 몸은 피곤하지.

회사 짐정리도 잘해야지.

편지는 쓰다 말았지.

지금은 뭐부터 시작할까 고민하고 있지.


나를 보는 내가 없어,

나에게 글을 쓰지.



01.


처음엔 아름다움을 보는 눈.

그 다음엔 진짜와 가짜를 보는 눈.

그 다음엔 눈을 감아도 보이는 눈.  


진짜 (眞-)

[명사] 본뜨거나 거짓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참된 것.


가짜 (假-) [가ː짜]

[명사]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민 것.


나에게 묻는다. 너는 진짜야? 가짜야?



02.


이유 (理由) [이ː유]

[명사] 1. 어떠한 결론이나 결과에 이른 까닭이나 근거. 2. 구실이나 변명.


보이기 위한 이유없이 하고 있어? 진짜로?  


 


03.


정-말 正-[발음 : 정ː말]

[명사] 1 .거짓이 없이 말그대로임. 또는 그런 말. 2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사실을 말할 때 쓰는 말.


정말은 잘하고 싶지 않다.

가끔은 엉성하고 대충해도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좋은 딸, 좋은 동료, 좋은 친구. 그 모든 걸 완벽하게 하고 싶지 않다.

가끔은 모든 약속을 어기고서 모두에게서 도망치고 싶다.

나는 완벽하지 않으면서 나를 제외한 모두가 완벽하길 바란다.

완벽하게 짜여진 인식과 불완전한 직감 사이의 간극이 두렵다.   

비겁하고 솔직하지 않은 어른들이 싫다.   

타인의 감정선을 세세하게 읽고 필요 이상으로 마음을 쓰는 내가 싫다.  

무심할 수 없는 예민함이 있어 글을 쓴다.

글을 쓰는데 이유가 없지만 나는 때론 가짜다.


알면서 모르는 척.

모르면서 아는 척.

매거진의 이전글 <삼삼한 이야기>그 132번째 단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