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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놈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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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단우 Apr 20. 2020

늙었지만 건강해야 해요 (3)

펫시팅 경험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놀이는 바로 이것이다.

4. 코 담요 및 노즈워크 볼 놀이


  코 담요는 여러 조각으로 갈기가 붙어있거나 천조각 사이에 홈이 파져 있는 담요를 말한다. 손가락이 두 세마디가 들어갈 정도의 작은 고리형태도 있어, 그 사이에 개껌을 끼우고 아이들이 빼내게 할 수도 있다. 코 담요는 노즈워크 놀이가 처음 알려졌을 때, 시중에 가장 빨리 상용화된 제품이었다. 초반에 출시되었을 때에 비하면 지금은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여자 아이건, 남자 아이건 흥분도가 높은 아이는 요의를 참지 못하고 실례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소유욕이 강한 아이도 마찬가지다. 숨겨진 모든 간식을 찾고 나서 일부러 마킹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디디는 꼭 모든 간식을 다 찾고나서 마킹을 한다. 병원에서는 마킹보다는 요실금 같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실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배변패드를 코 담요 아래 받쳐두고 놀이를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간식을 다 찾고나서 '이것은 나의 작품이다'라는 흔적을 꼭 남기는 디디씨.




  코 담요를 구매할 때, 천의 재질이나 부드러움 정도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콧잔등이나 입주변이 까지거나 붉게 부어오를 수도 있다. 특정 재질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아이나, 아토피 때문에 쉽사리 쓰라림을 느끼는 아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구매 전에 요모조모 따져 보는 것이 좋다.






  노즈워크 볼도 천이 너무 얇아서 아이가 몇 번 가지고 놀다가 금새 헤지는 것은 아닌지, 너무 뻣뻣해서 피부가 벗겨질 우려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틈새마다 간식을 숨겨놓고 코와 입을 사용해 찾기 때문에, 침과 콧물로 쉽게 오염될 수 있어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은 필수이다. 될 수 있으면 1개월에 2회 이상 세척을 추천한다. 순한 울세제나 아기용 세제,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등의 제품을 사용해 세탁하고 햇볕에 1시간 정도 말려서 살균하도록 하자.





5. 종이컵 놀이


  펫시팅 경험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놀이이다. 노즈워크의 종류를 코 담요밖에 모르던 시절, 장기간 출장으로 인해 펫시터 서비스를 신청했었다. 1시간의 실내돌봄을 요청했는데, 디디가 이미 19살 먹은 할머니인지라 펫시터님이 많이 심심하셨겠다 싶었다. 펫시터님이 보내주신 사진에서는 평소와는 다르게 똘망똘망한 눈빛을 발휘하며, 종이컵을 잔뜩 물어뜯는 디디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구겨진 종이컵 속에 들어있는 간식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디디옹. (19세)




  그 후, 나는 천 냥 샵으로 가서 귀여운 종이컵 세트를 구입했다. 종이컵 속에 2, 3개 정도의 간식을 넣고 입구 부분을 약간 구겼다. 그러고나면 종이컵을 디디에게 건넸다. 디디는 단번에 이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눈치 채고 이컵을 물어 뜯었다.




종이컵 놀이에 빠져든 디디. 종이컵 조각에 간식 냄새가 남아 있어 아이들이 먹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뒷처리를 해야 한다.




  펫시팅을 할 때도 이 놀이는 인기만점이었다. 실내돌봄을 할 때, 약 20분 정도를 어떻게 놀아줘야 할 지 고민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선택하는 놀이는 단연 종이컵 놀이였다. 종이컵 놀이는 휴대가 편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간식을 찾아내기 때문에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잘 찾을 수 있도록 지켜보면서, 포기하지 않도록 중간중간마다 컵 안의 간식을 바깥쪽으로 살짝 당겨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신에 아이들의 사이즈에 맞는 종이컵을 고려해야 한다. 미니 사이즈 아이들은 일반적인 종이컵이 클 수 있으니 소주용 종이컵을 사용해도 좋다. 소형견 아이들은 너무 단단하거나 두꺼운 종이컵으로 놀다가 자칫 입천장이 찔리거나 까지는 등의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놀이 후, 종이컵 조각에 간식 냄새가 남아 있어 꿀꺽 삼키지 않도록 놀이 후 정리는 필수이다.





6. 야바위 놀이


  한 손에는 간식을 쥐고 다른 한 손은 빈 손으로 유지한다. 아이의 코에 간식을 가까이 대어 냄새를 맡게 한 뒤, 잽싸게 빈 손으로 간식을 옮긴다. 그 후, 아이에게 두 주먹을 내밀면 아이들은 십중팔구 혼란스러워 하며 간식을 찾아내려고 명탐정 모드가 된다.



  아이가 킁킁대며 간식 쥔 손으로 향한다면 손바닥을 펼쳐서 간식 보상을 준다. 만약 잘 못찾는다면 주먹을 살짝 풀어주어 손가락 사이로 간식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한다. 너무 오랫동안 야바위 놀이를 하거나, 놀이에 비해 기대하는 보상이 적을 경우에는 한 두번만 진행한 후에 곧바로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 밖에 보호자가 약올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놀이를 지속하려 하지 않고 외면해버린다.




계속되는 야바위 놀이로 간식을 외면하는 디디.





7. 실내 산책과 숨바꼭질


  이건 디디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인데, 우천 시나 폭설, 폭염 등의 기상악화 시에 활용도가 높다. 디디가 나이가 들수록 밖에 나가는 산책도 귀찮아하곤 하는데 그럴 때, 옥상으로 올라가 실내산책을 진행한다. 외부 산책을 무서워하거나 산책 시, 지나치게 흥분하는 아이들은 실내 산책을 추천한다. 산책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고, 산책 예절에 대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더불어 외부 산책을 나갔다가 귀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실내 산책으로 운동량을 채울 수 있다.




바깥에 나가는 것을 매우 귀찮아해서 그 대신에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가 실내 산책을 한다. 옥상 같은 곳에서 산책을 진행할 때, 새똥이나 먼지, 돌멩이 등을 먹지 않도록 살핀다.



  옥상같이 간접적으로 야외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도 좋지만, 원룸이나 오피스텔 같이 야외공간을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냥 실내 자체를 활용하면 된다. 실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산책 시에 사용하는 하네스나 목줄 등을 착용하고 집안 곳곳에 간식을 숨겨 놓는다. 너무 꼭꼭 숨기지 말고 잘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도로만 난이도를 높인다. 아이가 보호자를 앞질러 나가려 하거나 강제로 보호자를 끌어가려 하면 뒤로 돌아서 주도권이 아이에게 뺏기지 않도록 방지한다.



  또 다른 실내 산책 방법은 문 뒤에 숨거나 방 안에 쏙 들어가버린 뒤 아이의 이름을 불렀을 때, 아이가 보호자를 찾으면 보상으로 간식을 주는 놀이법이 있다. 디디의 경우, 3초만 나를 찾다가 등을 돌리고 그냥 가버렸다. 매정한 놈.



  실내 산책을 할 때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고민하면, 아이는 보호자나 놀이 리더를 보다 더 신뢰하게 된다. 사람에 대한 신뢰와 안도감을 느끼게 되어 분리불안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펫시팅 때, 실내 산책과 숨바꼭질을 하면서 아이들이 나를 신뢰하는 눈빛을 보였다.



  놀이를 업그레이드하여 어질리티를 할 수도 있는데, 아이의 높이를 고려해 너무 높은 장애물을 세우지 않도록 하자. 또는 슬개골 탈구가 염려된다면, 매트나 푹신푹신한 재질의 바닥 위에서 '장애물을 스치는 정도'의 놀이를 진행한다. 의자 두 개를 붙이고 아이가 지그재그로 걸어다니게 하거나, 쿠션 혹은 담요로 장애물을 만들어 살짝 점프를 하도록 유도한다. 아이가 이걸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건지 당황해 할 수 있으니 장난감이나 간식 등으로 유도해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대신, 놀이에 성공하면 평소보다 더 많이 칭찬해주고 간식 보상을 주자. 어질리티는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허리디스크가 있는 아이들에게 유연함을 기르는데 큰 도움을 준다.



  간혹 활발한 실내 놀이를 하기 위해 레이저 포인터로 빛 놀이를 하는 보호자도 있다. 고양이 뿐만 아니라, 빛에 반응하는 강아지도 있다! 상당한 체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5분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포메리안이나 치와와처럼 안구질환에 조심해야 하는 견종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꼭 그런 견종이 아니더라도 직접적으로 레이저에 시선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트레스 해소와 운동부족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며, 보호자와 펫시터에게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놀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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