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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맨발 걷기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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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딤돌


다운로드.jpg (네이버)


건강정보가 넘쳐난다. 실행을 하지 않으면 나만 처지는 건 아닌지? 손해 보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된다. 그중 하나가 작년에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켰던 맨발 걷기가 아닌가 한다. 건강에 좋다는데 이걸 생활화해야 해, 말아야 해 하면서 망설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직 완전히 날이 풀린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하지 못할 소냐! 특별히 맨발용 거리로 조성된 곳을 걷는다면 몰라도 산책길이 상당히 거친데도 불구하고 남녀 구분하지 않고 특수부대 군인들처럼 열심히 걷는다.


나는 촌뜨기라서 논과 밭농사를 직접 경험했고 작업시간의 상당 부분을 맨발로 수행하곤 했었다. 물론 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돌멩이가 많은 밭에선 맨발이 쉽지 않았다. 간혹 발바닥을 베이기도 했는데 운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흙이 오염되지 않아서인지 파상풍 같은 균에 오염된 적은 없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한다. 그만큼 겉으로 드러난 주요 신체부위라 할 것이다. 자연친화적인 행동이 나쁠 리는 없지만 암을 치유한다거나 복부둘레를 줄이는데 특효라는 등의 과장된 정보는 믿기 어렵다. 오히려 당뇨병 환자나 관절 질환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자제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아주 드문 치료사례를 두고서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지자체에서도 관광객 유치와 주민건강을 위해 경쟁적으로 황톳길을 설치하여 걸을 수 있도록 체험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사찰에 들렀더니 휴게소(휴심정)를 정결하게 단장하여 놓고 맨발 걷기 공간도 설치하여 방문객이 이용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조약돌 같은 조그만 돌 위를 양말을 신은 채로 걸어 보았더니 편안하다. 발 지압도 할 수 있고 명상은 덤이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20240227_155722.jpg (사찰입구에 설치된 자갈길)


이어서 곧바로 맨발 걷기를 해보았다. 나만의 맨발 걷기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기 위해서다. 3월 하순임에도 땅바닥이 차갑다. 특히 응달은 습기까지 있어 불편함이 느껴진다. 한여름도 뜨거워서 부담스러울 것 같다. 기왕에 걸어볼 결심이 섰다면 완연한 봄이나 초가을에 걷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맨발 걷기용 전용구역이 아니다 보니 걸으면서 혹시나 부상을 입을까 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유리나 조개껍질등은 쉽게 상처를 유발한다. 반복하면 발바닥이 굳어져 웬만한 자극은 견뎌 내겠지만 이를 통해 얻는 효익이 크다해도 상처 날까 봐 신경 쓰는 에너지 소모 때문에 거의 상쇄가 돼버리는 느낌이 든다.


흙길을 걸으라는 의사의 권유가 특별히 있지 않는 한 별도의 시간을 내서 행동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든다. 물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를 위해 임하고 있는 경우는 예외다. 대신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차라리 우주선(고층아파트 혹은 빌딩)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가급적 줄이고 지상으로 내려와, 편안한 신발을 신고서 아스팔트 대신 땅을 밟고 걸어보는 게 더 현명해 보인다.


좋은 정보라고 무조건 전부 채택하려 애쓰지 말고 자신의 건강상태와 걸을만한 환경인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실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절제의 미덕은 이런 경우에도 유효하다.


* 맨발 걷기(접지)의 영어 표현 : 어씽 Ear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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