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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대만 해도 묘지는 사회문제("망자가 산자의 땅을 침범하다")였다. 전국토 면적의 1% 정도까지 차지했다가 2012년 통계를 보면 0.3%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장 문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선대 어른들은 자신의 육신이 땅속에 온전히 묻히기를 바랐다. 문제는 사후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향을 떠나 도시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후손들이 자주 찾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들이나 야산 근처는 인적이 드문 관계로 잠시만 방치하면 잡목이 심하게 우거져 중장비를 동원하지 않고서는 현장에 접근조차 어렵다.
연말이나 명절 무렵이면 이런 의문이 항상 든다. ‘ 우리 세대마저 떠나면 조카나 자식들이 적절하게 산소 관리를 이어 갈 수 있을까?’ 요즘 사회적 분위기나 현실을 감안하여 판단하건대 어렵다는 생각이 앞선다. 나는 고향에 선산이 있는데 향후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할지 고민이다. 형제간에 암묵적인 협의가 있기는 하지만 다음의 행위가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파묘를 해서 화장 후 자연 친화적으로 모시자는 것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무연고 묘를 쉽게 볼 수 있다. 후대가 끊긴 것인지 관리 여력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누워계신 분도 측은하게 보이고 미관상으로도 그렇다. ‘매장 방식을 원했던 망자들의 지금 생각은 어떨까?’ ‘화장이 된 후 양지바른 곳에 다시 묻히길 원할까?’ 차라리 꿈속에서라도 조상님의 의견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매번 성묘 길에 조상님들께 혼잣말로 묻곤 한다. '화장절차를 밟아도 괜찮으시겠냐고’
이렇게 얘기하실까 봐 망설인다. “이대로 두어라! 후손이 찾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자연스럽게 봉분이 무너지고 우리들의 뼈가 진토가 되도록 차라리 내버려 두라!” 어쩌면 이 방식이 더 순리에 맞지 않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심경이 복잡하다.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자연스러운 소멸이 이루어지지 않고 개발행위 등 인위적인 훼손이 있게 될까 봐 그러는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던 묘지 문화에 커다란 변곡점이 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시대에 걸맞은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내가 떠날 땐 자식들이 나의 마지막 보금자리를 결정할 것이다. “생전 의향서”에 적어 두었는데 다음과 같이 썼다. ‘ 화장 후 내가 원했던 장소에 산골을 부탁한다.’ 자연으로 최대한 빨리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