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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짐 매번 실패하는 이유

<3>

by 디딤돌
20230523_161043.jpg (우리 삶이 경박하지 않고 구름처럼 가벼울 수 있다면)


필자를 포함해 독자 여러분도 매년 초 다짐했던 일들의 성과는 볼품없을지 모른다. 이맘때쯤이면 으레 매듭, 계획, 다짐 등의 말들이 쏟아진다. 우리가 계획한 일들의 결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당초부터 실현하기 어려운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체육관(다이어트, 근육 키우기, 수영 등)을 기웃거리고 학원(외국어, 자격증 등 자기 계발) 근처를 배회한다. 빨리 벌어 조기 은퇴가 꿈이랍시고 재테크(주식, 부동산, 코인 등) 책을 살펴보고 투자 설명회에 참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금연, 금주는 단골 메뉴다. 심지어는 좋은 엄마, 아빠 되기 계획도 세운다.


쉬운 일들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분골쇄신의 의지를 다져도 할까 말까이다. 왜 그럴까? 이런 계획들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얻는 기쁨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마음껏 먹어도 되고, 꿀잠과 휴식을 더 즐길 수 있으며 무언가에 골똘히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무책임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본능에 충실하면 얼마나 달콤한가! 나의 억지 논리지만, 불교에서의 가르침과도 어느 정도 부합한다. 과거는 흘러갔고 오지 않은(혹은 불확실한) 미래 일 때문에 현재(필자는 여기서 '현재'는 본능적인 쾌락추구를 의미하는 뜻으로 썼다)를 가벼이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말이 자주 떠오른다.


만약 누구나 쉽게 계획을 실행에 옮겨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의 전 국민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것이고 누구나 부자가 될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성공한 사례를 가지고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다. 깊이 숨 한번 들이쉬고 멀리 내다보면서 계획을 세우는 게 현명해 보인다. 인생을 너무 무겁게 가져가지 말자는 의미로 이런 생각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인생이란 그릇의 총량은, 마지막 결산기에 다다라 돌이켜 보면 누구나 얼추 비슷하다.


조금 빠르고 늦고의 차이일 뿐이다. 무얼 얻으면 반드시 잃는 게 있다. 단박에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성취하려는 욕심이 고통의 근원이다. 건강에 나쁜 짓은 골라하면서 장수하고 싶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나 가능할 것이다. 무엇을 얻었으면 한쪽은 놓아주어야 모든 게 순조롭다.


식탁에 앉아 처와 종종 하는 얘기가 있다. 군침은 돌지만 생선이 조금 탄 경우가 있다. 탄 음식은 발암 위험이 있다는 걸 삼척동자도 안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면 옆지기는 이런 농담을 던진다. " 안 먹으면 백 살까지 살 건데 그냥 먹고 아흔아홉에 죽자!" 그래 한쪽은 포기하자!


한 가지는 강조하고 싶다. '자신과의 대화시간을 더 가지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불만이나 짜증이 올라오면 ' "너! 그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어?"라고 묻는 것이다. 힘들고 지치면 "너는 최선을 다했어! 앞으로도 충분히 잘할 거야" 하고 스스로 위로하는 것이다. 3자의 위로와 나 스스로의 격려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와 눈앞의 쾌락 앞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진 존재인 듯하다.' 꿩 먹고 알 먹는 일은 복권당첨만큼이나 어렵다. 그게 인생이다. 삶의 과정에서 모든 일을 너무 심각하게 가져가지 지 말랬다고 해서 이도 저도 아닌 길로 가며 방황하는 건 책임 못 진다.


대단한 계획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하는 자세를 갖도록 노력하는 건 어떨까? 연말을 맞아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자신을 한번 더 돌아보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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