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남기고 떠나는 가을

by 디딤돌


20241121_152241.jpg (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는 도로 위 풍경 )


단풍 행렬이 방금 전 길 모퉁이를 돌았다. 한동안 눈과 발이 호강했는데 이제는 내년을 기약할 때가 되었나 보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나니 주위가 뻥 뚫리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가장 먼저 봄을 알렸던 벚나무는 시원하게 낙엽을 떨구었다. 아무것도 붙들고 있는 게 없는 나목(裸木)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건 덤이다.


그동안 날씨가 건조해 땅에 떨어진 낙엽들은 오가는 행인들의 발길에 밟혀 가루가 되었다. 세찬 바람이 불면 어느 이름 모를 나무뿌리를 찾아가 기꺼이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낙엽은 버릴 게 없다. 시골 아궁이에서 방을 데우는 데 한몫을 하고, 모진 겨울을 나기 위한 이름 모를 벌레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이맘때쯤 되면 우리의 의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맨살이 드러난다.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졌던 잡동사니들이 여기저기서 출현한다. 플라스틱류가 주를 이룬다. 누군가 맛있게 섭취하고 무심코 혹은 의도적으로 나무사이 틈에 끼워 넣어 양심과 바꾼 것 들이다. 버리면서 뒤통수가 가려웠다면 그나마 양심 회복 가능성은 있는 부류다. 홀로 있어도 도리를 지킨다는 말을 새겼으면 한다.


먼저 꽃을 피웠던 나무는 자신들의 낙엽을 제일 먼저 대지에 돌려보냈다. 지금은 은행나무가 그 뒤를 따르고 있고 목련 잎도 땅을 향해 하강할 채비를 마쳤다. 인간은 거꾸로다. 두꺼운 옷이 더 필요할 때다. 올 겨울은 추위에 지친 영혼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낙엽을 즐기는 이들에겐 아쉬운 시기이지만, 휘발유 냄새를 맡으며 도로 위 낙엽들을 하염없이 날리는 사람들의 속마음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추운 계절은 자석처럼 사람들을 모여들게 한다. 생각이, 처지가 달라도 함께해야 생존에 유리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극지방에 사는 펭귄이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전하는 스승인 셈이다. 흩날리는 낙엽처럼 각자도생 방식의 삶도 있지만 어우러져 서로 체온을 느끼며 사는 길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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