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생체 시계

시간관념

by 디딤돌


송파구 가락동에 살던 친구가 있었는데 두해 전 서둘러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그가 나에게 해준 말 중 하나가 “대모산”에 가보라는 권유였다. 자신이 산책 삼아 자주 들르는 곳인데 나에게 적극 추천해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마음속에만 두고 있다가 처와 함께 바람을 쏘일 겸 산책을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일원역 방향에서 오르기 시작했는데 정규 코스는 정비공사가 한창이었다. 옆길을 택했다. 워낙 아담한 산세라서 그런지 금방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 있는 휴게장소에서 나이 지긋한 연배의 남녀들이 한가롭게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 건강함이 읽혔다.


안내판을 보니 정상을 향해 올라온 반대편에는 “헌인릉”이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왕에 이곳까지 왔으니 왕릉을 둘러보고 싶었다. 목표를 어림한 후 하산하는데 생각보다는 멀게 느껴졌다. 아파트 단지 옆길을 지나다가 망중한을 즐기는 이를 조우했다. 헌인릉까지의 소요시간을 묻고 싶었다.

혹시 헌인릉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했더니 금방이라고 답했다. 아마도 10여분 남짓 거리라고 부연하면서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웬걸. 한참을 내려갔는데도 보이지 않아 약간 조바심이 났다. 목적지에 대한 방향은 감을 잡고 있었으므로 지름길로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상당히 걸은 후에야 근방에 다다랐는데 안타깝게도 사유지라면서 철조망을 설치해 놓아 다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뭔가 잘 안 풀리는데? 분기점으로 다시 돌아가 교통앱이 지시하는 대로 따랐다.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약 30여분은 충분히 소요되는 거리였다.


하지만 길 안내자의 시간개념은 자신의 생체시계 기준으로는 10분 거리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별일 없음에도 항상 쫓기며 사는데 익숙한 나만 멀게 느꼈을 뿐이다. 원래 초행길은 생각보다 멀어 보이는 게 정상이다. 약간의 긴장은 세상살이에 양념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조급함은 떨쳐내야 이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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