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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을 열며

<3>

by 디딤돌
20231225_153230.jpg (눈사람 가족이 귀엽다)


평소와 다르게 아침 일찍 둘레 길을 산책하러 나갔다. 많이 내렸던 눈이 쌓이지 않고 대부분 녹아내려 보행길이 미끄럽고 질퍽거린다. 하지만 응달진 곳은 미끄럽다. 미끄럼 방지기를 휴대하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과는 딴판으로 공기가 훨씬 부드러워 어깨 펴고 걸을 만했다. 동결 방지를 위해 살짝 틀어놓은 약수터 수도꼭지 밑에 비둘기를 비롯해 이름 모를 새들이 물을 마시러 분주히 오간다. 비둘기는 덜한데 다른 친구들은 경계심이 강하여 사람이 접근하기도 전에 금방 몸을 숨긴다.


자세히 보면 참새, 박새, 뱁새 류 다. 작은 몸통에 실처럼 가느다란 발로 그토록 차가운 물 위에 내려앉는 모습을 보면 살아가려는 본능이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느껴진다. 이동 경로도 천적을 피하기 위해 작은 나무 사이나 가시덤불 등이 있는 곳을 통로로 삼는다. 생존을 위한 지혜가 경이롭다.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자기네들끼리 계속 지저귀면서 대화를 한다. 새해를 맞아 서로 격려하는 말이 아닐까?


벌거벗은 큰 나무들은 딱따구리 계통 새들의 먹이 획득 작업 장소다. 여기저기서 나무에 구멍을 뚫는 소리가 들린다. 겨울을 나려고 숨어든 애벌레에겐 생사가 걸린 심각한 상황이다. 점점 다가오는 새의 부리가 저승사자처럼 보일 것이다. 겉보기엔 평화로운 광경이지만 누구는 먹기 위하여, 누구는 살아남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현장이다. 나는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어 그냥 구경꾼처럼 잠시 멈추어 섰다가 지나간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이동을 했었는지 발자국이 어지럽다. 새로운 매듭을 만들고 자신의 일에 정진할 계획을 세운 후, 새해 아침의 기운까지 보태고 싶어서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길을 나섰을 것이다. 부지런해서 보기 좋다. 우리 모두 다 계획을 성취해 가는 과정을 즐겼으면 좋겠다. 중간중간에 발생할 수 있는 아픔까지도 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갑진년의 첫 아침 느낌이 좋다. 각종 전망이 암울하지만 그래도 계속 살아가야 할 우리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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