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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입장이 되어보자

< 3>

by 디딤돌

본전을 뽑고 말리라! 전투에 참가하는 병사의 다짐(기필코 적을 쳐부수겠다)처럼 자못 비장하게 들리는 말이다. 동시에 억지스럽고 이기적인 모습을 떠 올리게도 한다. 지출은 최소화하면서 향유는 최대화라...


‘나는 본전을 뽑는다는 말의 의미를 어떻게든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강박관념이라고 정의한다.’ 본전을 너무 따지다가 삶이 왕창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 도박게임이나 주식거래에서 흔히 보게 되는데 조그만 손해를 떨쳐내지 못하고 어떻게든 원상회복하려다 수렁에 빠져 작전 세력들만 기쁘게 한다.


가격대비 효용을 따지는 건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런데 무리는 금물이다. 무한 리필 식당이나 뷔페에 가기 전 충분히 속을 비운다는 말도 듣는다. 심지어 많이 먹는 꿀 팁들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걸 들이켠다.”라는 속담이 있으니 우리의 탐심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이 필요 없다. 과잉섭취에 따른 부작용은 안중에도 없다.


다운로드 (2).jpg (출처 네이버)


현역시절 술자리를 종종 했는데 일행 중에는, 자리를 준비하는 종업원에게 집적거리는 사람이 꼭 있다. 음식 값 외에 별도 용역 대가를 지불할 사람처럼 행동한다. 이런 유형은 일행에게 반드시 2차, 3차를 가자고 우긴다. 그곳에선 매너가 한 단계 더 떨어진다. 개인 호주머니 자크는 올려 두고서 마치 연회 주최자라도 되는 듯이 음주가무를 마음껏 즐긴다. 그의 입장에선 본전 뽑은 건 물론이고 횡재를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도 있다. 지인의 모친이 와병 중이라서 병원에 모셨는데 간병인에게 그토록 모질게 대한다면서, 건네는 말투도 거칠고 요구사항은 끝이 없어 남 보기에 민망하다는 것이다. 자제를 부탁해도 듣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다. “돈 주는데, 내 맘대로 부려먹는 게 뭐가 문제냐?”...


왠지 없어 보이는 본전 뽑기보다는, 적당히 챙기기라고 바꿔 말하면 어떨까? 잔치상 위에 먹을 건 한정되어 있는데 내 배만 채우면 누군가는 그릇 바닥만 박박 긁어야 한다. 배불뚝이 되도록 섭취하면 하루 기분은 좋을지 모르나 과식은 백해무익이다. 유행가 가사처럼 체중계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를 되뇌어야 하고 원상회복 하느라 드는 돈이, 많이 먹어 얻은 희열을 일시에 녹여 버린다.


“나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쪄!”라고 말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경우는 특별히 지방분해 능력이 뛰어난 간의 도움 때문이라고 한다. 좋은 인자를 넘겨준 선대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권투에서 잔 펀치를 무수히 허용하면 다운이 되는데 그 게임에서는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좋은 기계도 자꾸 가동하면 탈이 난다.


새해를 맞았다. 음지에서 묵묵히 도움을 주는 감정 노동자들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으면 좋겠다. 강자에게의 공감은 가식일 수 있으나 어려운 이들에게 보내는 연민은 진실이라 믿는다. 그들의 노고에 대해 진심 어린 한마디 말로도 족하다. 우연히 이 글을 접한 독자 여러분! 오늘 당장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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