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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심술궂은 하늘이 눈발을 날리지만 돋아나는 싹을 어찌하지 못한다. 삶 속에서도 죽음의 기운이 잉태하고 폐허 속에서도 새 생명이 태어나듯이.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섬뜩함 대신 뭔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모든 게 정확히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뒤섞여 같이 동행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모든 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봄과 함께 짝을 찾아 까악 거리는 까마귀 소리가 인간의 귀엔 불편하지만 자신들에겐 번식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사랑의 서곡인지도 모르겠다. 새카맣고 덩치 큰 녀석들이지만 예쁘게 보이는 계절이다. 이맘때쯤이면 날씨와 온도가 우리의 생각을 복잡하게 만든다. 두꺼운 옷은 부담스럽고 얇은 옷은 봄추위를 감당하긴 이르다. 가까이하기 싫은 감기는 왜 자꾸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양지에 있으면 포근한 느낌을 주지만 사방이 휑한 평지를 걸으면 저절로 옷깃이 여며지는 그런 날들이다. 산책 중 연로한 노부부가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비탈아래서 다정히 얘기 중이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미끈한 나목 상태의 목련에서는 새싹의 탄생을 알리는 귀여운 꽃 몽우리를 볼 수 있고, 어떤 나무는 마른 나뭇잎, 열매 껍데기, 새 순 등이 한 가지에 어지러이 붙어있다. 나무야 게으름을 물리고 빨리 가지를 정리하렴.
며칠만 묵고 나면 나물 캐는 모습도 볼 수 있겠지. 너희들 너무 빨리 고개를 ‘빼 꼼’ 쳐들었다가는 네 모습을 온전히 피워보지 못하고 식도락가의 밥상 위에 놓이는 나물 신세가 될 수 도 있겠다. 개구리들아 2월에 내리는 비는 종잡을 수 없단다. 봄을 재촉하기도 하지만 꽃샘추위를 몰고 오기도 하지. 경솔하게 굴지 말거라. 무턱대고 알을 낳았다간 그들이 올챙이도 되어보지 못하고 모두 얼어 죽는단다.
봄은 언제나 반갑다. 무슨 감정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만물을 태동하게 하는 모성이 느껴진다. 움츠러든 어깨에 짓눌려, 심신이 축 처져 있는 우리를 해방시켜 주는 든든한 우군이기도 하다. 새로 시작할 수 있어 좋다. 묵은 것, 잘 못된 것은 훌훌 털어 내 버리면 그만이다. 삶의 과정에는 많은 매듭이 있지만 겨울을 갈무리하고 따사로움을 선물하는 봄은 아무리 찬양해도 모자랄 것 같다. 기지개 한번 시원하게 켜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