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할 줄 알았는데, 제법 후련해서
누군가는 내게 제법 멋대로 큰 기대를 하며, 멋대로 번번이 성실하게도 실망을 하더라.
그리고 이유도 모르고 잠자코 있던 내게 가감 없이 그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하고.
아마도 그 사람의 예상대로라면 난 그들이 나로 인해 가진 실망감을 없애기 위해 무언가 노력을 해야 할
순서가 필요했겠지만, 사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에 대한 누군가의 진심을 알아채는 건 때론 긴 시간이, 또는 아주 짧은 찰나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서로 배려하며 함께 있을 사람으로 곁에 두는 것과 자신의 어떤 결핍을 나를 이용해 채우려는 목적성을 갖고 날 곁에 두는 건 언제고 그 민낯을 드러내더라.
그런 그들에게, 난 적당히 예의를 갖추고, 잘 웃어주며 편한 상대일테고,
힘들어서 힝하면 위로하고, 화나서 징징대도 그랬구나 했을 것이다.
결국 그러다 민낯을 드러낸 그들에게 난 '만만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던 모양이지.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좋을만한. 만만콩떡인 사람 말이다.
겪어보니 만만콩떡의 감정은 그들에게 중요치 않다.
나름대로 손가락으로 카운트를 접어 본다, 내가 배려한 만큼 노력한 만큼 그 마음을 알아주길.
그러나, 때는 오지 않는다. 온다 한들 기다리고 싶지 않다.
만만콩떡은 계속 만만콩떡일 뿐이다.
속상할 건 없다, 그들에게나 만만콩떡이지, 난 나를 소중히 여기고 흔들리지 않고 잘 지내기 위해 열심히인 사람이니까. 내가 보는 나는 만만콩떡이 아니다.
다만 그동안의 모든 그들의 행동들이 이해가 가더라.
다정하고 너그럽게 열어주고자 애쓴 나의 '그래, 그러자.'싶던 마음들을
'노력과 고마움'이 아닌 내가 준 적도 없이 멋대로 정한 '권리와 당연함'으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언제라도 이 만만콩떡은 생글생글 대며 웃어줘야 하고, 그들은 무조건 이해받아야만 했지만
그러지 않고 거리를 두는 내게 제법 크게 실망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괘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게라며 배려가 아닌 오만으로 나를 대한다.
언젠가 적은 글에도 썼지만, 난 다정한 사람이 아니다.
노력으로 다정을 해내는 사람이다. 나를 만만콩떡으로 휘젓는 이에게까지 노력할 의지는 애초에 없다.
아무튼, 그간 종종 그렇게 나를 맘 쓰게 하던 것에 대한 결론이 어느 날 문득 제법 쉽게 내려졌다.
앞으론 이 결론에 따른 비움을 해낼 차례인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래봐야 나 혼자만 하면 되는 정리이긴 할 테지만.
씁쓸할 줄 알았는데, 제법 후련해서. 별안간 적어보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