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언젠가
28일 퇴근 후, 친구를 만났다.
동네에서 꽤나 오래 함께 보며 지내다 결혼을 한 뒤 타 지역으로 간 친구는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어머니가 걱정되는 마음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본가에 와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아버지를 잃고, 문득 밤마다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던 친구는 자기 사진첩을 아무리 뒤져봐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병상에서 모습을 대충 찍은 것 말고는 근 10년간 제대로 담긴 아버지와의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없다는 게 그렇게 사무치게 슬펐다고 한다.
그런 아쉬움에 대해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하던 어느 날, 어머니도 그런 속상함이 남아 그런지
꿈에 아버지가 나왔다고 했다. 생전 자신들이 기억하는 가장 건강했던 모습으로.
병상에선 늘 퉁퉁 부어있거나, 차가웠던 손이 꿈에선 너무나 생생한 촉감이 따뜻했고 그 손으로 가족들을
잡아주고 모두가 너른 꽃밭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친구의 마음을 알고 아버지가 마지막 가시기 전, 엄마의 꿈에서나마 그렇게 나타나신 걸까.
덤덤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친구에게서 눈물이 또다시 쏟아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보통은 어떻게 해결할까.
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그저 듣고나 있었다.
물론, 내가 아니더라도 그런 일에는 대부분 저마다의 방법이 있을 테다.
나 또한 언젠가, 누군가를 잃고 나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로를 받거나, 느닷없는 상황에서 어쩌면 그 상실감을 채우겠지 하는 생각들이나 하며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그 이후, 시부모님과 시동생 부부와 함께 날이 좋은 어느 날,
다 같이 식사도 할 겸 외출을 한 산책길에 그날 따라 날씨도 너무 좋고 해가 예쁘다는 핑계로
시부모님과 남편, 시동생을 다 모여 서게 하고는 열심히 남편의 가족사진을 찍어주었다고 했다.
남편은 왜 갑자기 무슨 뜬금없이 길에서 사진을 찍냐며 귀찮은 내색을 했다고는 했지만
친구가 끝끝내 가족끼리 모아 세워 사진을 찍게끔 했고, 아마 자신이 어떤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전하지 않았어도
결국엔 따라줬던 남편도 이해했을 거라 여겼다고 했다.
아주 조금은 친구의 그 사무친 아쉬움이 덜어졌을까.
꿈에서나 찍은 가족사진을 그저 떠올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