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함이 필요한 날
집 앞 편의점 사장님이 떠오른다. 사장님은 내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진 못한다.
가 봐야 한 달에 한 번 방문할까 말까 해서 결코 날 기억하고 응대하는 것이 아닐 테다.
매번 갈 때마다 사장님은 늘 웃어 주신다.
들어설 때면 '어서 오세요, 날씨가 너무 춥죠?'
계산을 마치고 나면,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요.' 하며 그 넘치는 상냥함에 어느 날은
그 모습이 궁금해서 살 것이 없음에도 편의점을 들렀던 날도 있다.
누군가의 상냥함이 필요한 날이, 종종 있으니 말이다.
사람 자체에 깃든 오랜 다정함엔 거부감 같은 것이 없다.
아마도 그런 사람은 삶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가 그리 따뜻할 것이라 생각했다.
일에 대한 자세, 사람을 대하는 태도, 동그란 얼굴에 깃든 잔잔한 미소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분명 깃들어 있다.
그런 사람에게서 보이는 다정함에 깃든 수고로움이 좋다.
누군가를 향해 미소를 짓고, 부러 안부를 전하며, 예쁜 말을 해주려 고민하는 건
쌓아뒀던 부정적 감정 따위를 파르륵 털어 내는 것과 달리 제법 긴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나 또한 잊지 않고 계속 다정하기 위해 수고한다면, 그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더 많아질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