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 수 있는 실패가 오면 그때 포기해도 늦지 않다
토요일 아침의 일이다.
주말이라는 안심에 금요일 늦은 새벽까지 보던 아이패드가 그대로 거치대에 꽂혀 있었다.
눈곱을 대충 떼고, 시간만 대충 확인한 뒤 손만 뻗어 손가락을 휙휙 움직여 유튜브를 실행했다.
보통 요즘엔 플레이리스트를 거의 듣는 편이라 알고리즘엔 대부분
많은 음악채널이 뜨고 거기서 마음에 드는 섬네일 하나를 누르면 되었는데.
어쩐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듣고 싶고, 뭐 재미있는 거 없나아 고르고 고르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거기 나온 연예인 중 한 명은 배우였다.
그 배우는, 본인이 주연으로 한 작품이 크게 성공을 하지 못함에 있어
깊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 실패로 속이 많이 상했던 모양이었다.
슬픈 사실이었다, 열심히 한 것과 좋은 성적을 내는 건 별개라는 게.
그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다음에 이어진 이야기는 자신이 당연히 실패로 생각했던 그 순간이 지나고 나니,
별안간 나중엔 다른 기회를 가진 결말로 오더라.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그 순간에 잠시 실패로 여겨지더라도 깊게 절망하지 않고
눈앞에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고 그 일이 비록 작은 역할이라도
조금씩 해내볼 마음이라고.
덤덤하고 느긋한 말투로 내뱉는 말이었지만.
꽤 많은 시간, 그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다 내린 얼마나 어른스러운 결론이었는지를.
무너지지 않고 나아가려는 자세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나 스스로가 수단이 되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웹 소설 작가였다.
백수였을 때 시작해서, 다시 취업을 해서도.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나름 시간을 쪼개가며 열심히 웹 소설을 썼고 출간을 하긴 했지만
내 노력과는 다른 변변찮은 결과로 '실패'를 맛보았다.
쓸 줄은 알았어도, 돈을 벌 정도는 못될 수단을 잘못 선택한 걸까?
다시 고민했지만 포기에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해서 그마저 못했다.
어느 날은 오기로, 어느 날은 집착으로.
어느 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내가 즐기며 하는
'유일한' 일이니까를 핑계로 놓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실패한 건 사실이고, 그러나 이 순간은 분명히 지난다는 걸.
그 배우가 한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나의 이 실패가.
아직 그 결말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과 함께.
그러기 위해선 또 하던 대로 열심히 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아직 진행형이고, 정해지지 않은 다른 결말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별안간 인간은 헛된 꿈을 꾸는 동물이라는 말이 왜 떠오르는지는 모르지만.
좀 헛되면 어떠한 가, 납득할 수 있는 실패가 오면 그때 포기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으로
한동안 길게 붙잡고 있던 말하지 못한 내 고민은 일단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