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중3학생입니다
5월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메뉴가 있다. 바로 김밥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국민 음식 김밥. 특히 중학교 시절, 소풍날 아침이면 그때도 늘 바빴던 엄마는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서 정성껏 싸주셨던 김밥은 내게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김밥은 조금 달랐다. 동글한 일반 김밥이 아니라, 모양까지 꽃처럼 예쁘게 눌러 도시락통에 정갈하게 담겨 있었고,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그땐 늘 먹는 김밥이니 잘 몰랐는데 , 그 작은 정성 안에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꾹꾹 눌려 담겨 있었는지,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느낀다.
엄마가 오늘, 김밥을 들고 가는 소풍이 아니라 , 가방을 메고 학교에서 대형 버스를 타고 소풍을 가셨다.
목적지는 현충원. 비 오는 5월 1일의 소풍이었다.
학교 다닐 적, 소풍 전날이면 날씨 걱정과 새 옷, 새 신발로 엄마에게 졸라 새 옷과 새 신발을 신고 즐겁게 다녀온 경험이 있는데 오늘은 엄마가 나처럼 날씨 걱정, 머리단장, 새 신발, 새 청바지를 입고 설렘 가득한 발걸음으로 아침 일찍 버스를 타러 나서 서다. 어른도 소풍이 설레긴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올해 71세
중학교를 다니시다 그만두고 공장에 다니면서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던 엄마는 늘 중학교 졸업에 대한 아쉬움을 마음속에 담고 사셨다. 그러던 작년, 엄마는 결심하셨다.
" 나 , 중학교에 가야겠어"
집 근처에 어른들도 다닐 수 있는 중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설임 없이 입학을 결정하셨다. 입학식 전날, 엄마는 전화를 걸어왔다. "내일 학교 가는데, 너랑 사위가 꼭 같이 가져야 해"
이유를 물으니, 책이 무거워서 혼자는 못 가져올 거 같다고 했다. 왠지 모른 간절함과 설렘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다음날, 남편과 함께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엄마는 새 가방, 새 옷, 새 신바, 모든 걸 새로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 더 가벼운 걸음으로, 교실을 향해 걸어갔다
교실에 들어서니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어른 학생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왁자지껄 수다 떠는 소시, 눈빛 속의 들뜬 기운. 선생님이 오시기 전, 그 공간은 오히려 어린이들보다 더 천진난만했다. 엄마는 옆에 앉은 짝에게 말했다
"우리 딸이랑 사위예요. 책 가져가야 하니까 같이 왔어요. 호호"
그 짝은 어른 학생은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며"좋겠다"라고 하셨다
괜히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벅찬 마음이 올라왔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시고, 학부모들은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 순간부터 어른 학생들의 표정은 단숨에 집중모드로 변하고 누구보다 더욱더 진지하게 선생님의 말에 구를 기울였다. 그날 어른학생들의 교실 공간에는 사물함이 있어서 책을 굳이 안 들고 가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 생소한 모습조차도 인상 깊었다.
그렇게 엄마는 중학교 1학년 과정을 마치고, 올해는 3학년으로 진급하셨다. 수학 공식을 특히 어려워하셨는데, 중학교, 초등학교 조카들이 " 할머니, 할머니도 이거 배웠어"라고 물어보면 "배우긴 하는데 물어보지 마"라고 하시면서 손사래를 치신다. 그 모습이 어릴 적 나와 똑 닮아 있다.
엄마는 그렇게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활력을 찾으셨다. 그러나 작년 다시 수술로 인하여 입원을 하여 학교에 가지 못했을 때 누구보다도 학교를 못 가서 아쉬워하셨었는데, 선생님께서 전화도 하시고 친구들과 병문안까지 오셨다. 그 순간 " 정말 학교를 다니시는구나" 싶어서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엄마는 김밥은 없는 소풍이지만, 가방 안에 든 설렘은 그 시절 내 도시락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된다. 오늘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론 곧 알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엄마는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도 진학을 하실 것이고, 그 여정을 따라가면서 나는 또 한 번 엄마의 몇 번의 소풍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의 소풍이지만 이날의 분명 엄마의 소중한 봄소풍으로 기억될 것이고 엄마의 학창 시절을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