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만남이 내일의 거울이 된다

늙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길 위에서 만난 세 어르신]


요즘 외근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레 하루의 시작을 조금 더 일찍 하게 되었다. 무더위 때문이기도 하고,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예전 같으면 전철을 타면 바로 졸린 눈을 붙이기 바빴는데, 오늘은 유독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었다.

첫 번째로 눈에 띈 분은 70대 중후반쯤 되어 보였다. 전기오토바이 같은 작은 탈것을 끌고, 마치 운동을 나가는 듯한 스포츠 의상까지 갖춰 입고 전철에 오르셨다. 엄연히 규정상 허용이 되지 않은 일이지만, 무더운 날씨를 피하려 이렇게 전철을 오르신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꽤나 좋아 보이는 탈것도 왠지 부러웠고, 무엇보다 그 활력 넘치는 모습이 부러울 정도였다.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 났다.


전철 출구를 나와서 길을 나서던 중에는 또 다른 어르신을 만났다. 은행을 찾고 계셨는데, 출구를 잘못 나오신 탓에 방향을 헤매고 계셨다. 다급한 목소리의 질문으로 나는 바로 휴대폰으로 지도를 켜 길을 안내해 드렸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내 설명보다 훨씬 빠른 걸을으로 어느새 저만치 가버리셨다. 건강한 발걸음에 안심은 되었지만, 문득 생각이 스쳤다. 젊은 사람들은 휴대폰 하나로 모든 길을 찾지만, 어르신들께서는 그 기술이 아직 낯설고 어려운 것이겠구나.


은행 창구에서 대기하던 중에 조금 안타까운 장면도 목격했다. 한 여성 어르신과 청원경찰의 대화 나누는 모습이 아마도 매일 은행에 자주 오셨던 분으로 이미 청원경찰분도 그분을 알고 있는 듯했다. 어제 은행에 왔던 일도 어느새 잊으신 것인지 오늘 온 이유는 통장에 입금된 돈을 확인하고자 통장발급을 하시겠다고 오신 것이었다. 휴대폰은 확인을 하셨지만 돈이라는 것은 어르신 입장에서는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니 그래도 청원경찰은 속사정을 알고 계셨는지 이런 상황을 나름 해결해 드리고 애를 쓰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정신이 다소 혼란스러우신 탓인지, 어제의 일조차 뚜렷하게 기억을 못 하시는 어르신을 보니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이 세분의 어르신들은 모두 나이는 모두 틀리겠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생각나는 모습이 묘하게 겹쳐졌다

한분은 건강하고 활기차게 일상을 즐기고 있었고, 한분은 여전히 건강하지만 낯선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여 헤매는 모습으로 기술을 활용한다면 좋겠지만, 또 다른 분은 일상의 작은 일조차 혼자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은 이렇게 각각 다르지만 결국 누구나 마주할 현실 아닐까?


나 역시 올해 엄마의 병환으로 마음이 많이 흔들린 적이 있다. 혈관성 뇌질환 진단을 받으셨지만, 다행히 검사결과는 경미한 수준으로 나왔고, 무엇보다 학업을 끝내겠다는 엄마의 의지를 존중하면서 다시 학교로 복귀를 하시면서 다니게 되었고, 조금씩 일상으로 복귀하는 중이다. 아직 주의가 많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이때를 계기로 더욱더 건강 관리에 힘쓴다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오늘 만난 세분의 어르신들, 그리고 나의 엄마. 그 모습들은 모두 내 미래의 어느 단면이기도 하다

나도 언젠가 길을 헤매거나, 기억이 흐려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위를 돌아보고, 길을 찾는 어르신께 잠시 발걸음을 멈춰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여유를 찾아봐야겠다.


은행에서 여성 어르신 곁에서 끝까지 대화를 이어가면서 문제를 해결해 주던 청원경찰의 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번거로운 일처럼 보일지라도, 누군가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의 경험은 내게 적은 다짐을 남겼다. 앞으로 좁게 갇힌 내 일상만 바라보지 않고, 주변을 살피면서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오히려 더 지혜롭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의 만남이 내일의 거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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