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준비 없는 아버님과의 이별
2025년 10월 5일, 우리 가족에게 준비 없는 슬픈 이별이 찾아왔다.
모두가 긴 추석 연휴에 들떠 가족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을 때, 나 역시 평범한 명절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은 추석 당일 야간이 있어서 다음 날 시댁에 가기로 하고 나는 친정 엄마를 도우며 음식을 준비했다.
아픈 엄마 대신 그동안 시어머님께 배운 손맛으로 전과 탕, 나물, 잡채를 정성껏 만들며 뿌듯해하던 그 시간, 남편에게 도련님으로부터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버님이 위독해서 119로 병원에 가는 중이야"
그 짠 말 뒤에, 바로 이어진 전화가 울렸다.
"형, 아버님이.. 병원 가는 길에 돌아가셨어" 통화가 끝나자마자 남편이 다급히 달려와 말했다
" 여보, 지금 빨리 집에 가야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뭐 모라고.. " 나는 잡채를 준비하면서 바로 다 내려놓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방금 전까지 요리 준비하면서 웃었던 시간이 꿈처럼 느껴졌다. 서둘러 집에 와서 검은 옷과 가방을 급히 챙겨 집을 나서며, 차 안에서 남편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아.." 하고 짧은 탄성과 함께 , 울음을 삼켰다.
불과 한 달도 안 된 몇 주 전, 우리를 웃으면서 배웅하시던 아버님의 모습이 선명한 모습이 눈에 아른 거렸다
식사도 잘하시고 건강해 보이셨던 그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가슴이 덜리고 손이 막 떨렸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울며 달려가던 그날이 겹쳐졌다
그때도 이맘때 10월이었는데.. 이제는 남편이 그 아픔을 겪고 있었다.
나는 그저 곁에서 남편을 다독일 뿐이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 친척들과 도련님 도착해 있었고, 하나 둘 우리 4남매 가족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다가 장례절차에 대해 상의를 하면서 영정사진을 고르고, 수의를 결정하고, 부고장을 작성했다.
어머님 칠순 때 두 분이 함께 찍은 사진 속 활짝 웃으신 아버님의 얼굴이 영정사진으로 선택되었다.
그 미소를 보니 가슴이 또 한 번 저며왔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부고장을 보낼 때, 비로소 실감이 났다. 이제 정말 아버님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버님은 평소 지병이 있었지만 큰 불편 없이 지내시면서 진통제로 잘 견디셨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식사도 못하시고 통증이 심하셨다고 한다. 병원에 가자고 해도 괜찮다며 거부하셨다고 한다.
아마도 그 마음 깊은 곳에는 '명절에 아이들 얼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조용히 떠나셨다.
입관식이 시작되던 날, 향내가 가득한 장례식장 안에서 나는 아버님의 고요한 얼굴을 바라보녀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너무나 마른 모습 평생 가족만을 생각하고 일하셨던 아버님의 모습은 편해 보였지만 알 수 없는 이유 없는 그 눈물은 정말 아버님 모습 앞에서 모두들 할 말을 잃었고, 그저 눈물로 아버님을 보내야 하는 것이 너무나 속상했다.
조문객들은 추석 명절임에도 끊임없이 찾아왔다. 마을 어르신들, 친척분들, 지인들이 비가 오는 추석당일 하나둘 발걸음을 해주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 참 좋은 분이셨지" 하며 어머님의 손을 잡고 위로해 주셨다.
그 손길 하나하나가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른다. 조카들이 내 옆에 와서 " 고모, 우리가 사랑하는 거 알지"라고 하면서 작은 손으로 나를 감싸서 위로해주었다.
그 어린 마음에 담긴 위로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발인 날 아침, 하늘은 잔잔히 비를 흩뿌리고 있었다. 용인 화장추모공원에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집 근처 선산으로 향했다. 아버님의 묘 앞에서 달구질소리가 우리를 위로해 준다.
땅을 다지면서 부르는 장례 노동요가 정중히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마치 " 이제 편히 쉬세요"라는 인사처럼 들렸다. 삼우제를 지내면서 다시금 아버님을 떠올렸다. 어머님은 힘드니 하지 말자 하셨지만
"예의를 다 해야 한다"는 우리 가족들의 마음으로 우리는 끝까지 함께했다.
이제 남은 것은 49제, 그리고 아버님을 향한 그리움뿐이다
이별은 언제나 준비 없이 찾아온다고 하더니 그 이별이 이렇게 찾아왔다.
하지만 아버님의 삶과 환한 미소와 그리고 남겨진 사랑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않으시고, 좋아하셨던 일 즐겨하셨던 그림 그리기를 마음껏 하시면서 편안히 웃고 계시길 바란다. 그리고 다음 생에는 한번 더 우리 가족으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