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와 함께한 미리내 성지순례

첫 순례의 길 무지개가 인도한 첫 발걸음

2025년 9월 7일 일요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성지순례의 날이 다가왔다. 올해 예비신자로 등록을 하여서 교리 공부를 시작한 지 어느덧 넉 달이 되어간다. 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리면서 준비한 날이었다. 성당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누군가가 크게 말을 했다

" 하늘에 무지개가 떴어요"

순간 모두가 오전 7시 55분쯤 햇빛이 찬란했던 시간 모두 같은 마음으로 정가운데로 모이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에 무척이나 선명하게 걸린 무지개가 비록 사진으로는 흐릿했지만 눈으로 직접 본 그 빛깔은 너무 환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미치 오늘 우리의 발걸음을 축복하는 하느님의 선물 같닸다.

KakaoTalk_20250916_151635553.jpg

사실 나는 오랫동안 성당을 멀리했다. 엄마와 동생 가족은 늘 함께 신앙생활을 했지만, 나는 이런저런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의 거리를 두곤 했다. 그런데 올해 엄마가 아프시면서 무슨 영문인지 모르게 나의 발걸음을 성당으로 향하게 했다. 그렇게 우연히 찾아간 성당에서 우리가 찾아간 날 교리 수업을 하기 직전으로 시작된 교리 공부에서 이번 미리내 성지순례는 나에겐 더욱더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KakaoTalk_20250916_151646165_14.jpg

'미리내'는 은하수를 뜻하는 우리말이라고 한다. 박해를 피해서 숨어든 교우들이 켜둔 호롱 불빛이 시냇물에 비쳐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은하수 같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밤의 아련한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가슴이 뭉클 해졌다.

KakaoTalk_20250916_151635553_29.jpg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묘소 앞에 서니 발걸음이 절로 무거워졌다. 조선 최초의 사제로,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에 순교한 그분, 신앙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내어놓은 용기와 사랑 앞에서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조선 최초의 사제로 마카오 신학을 공부하고 조선 교회에 헌신하였고, 새남터에서 순교를 했다. 당시 조정은 허락을 하지 않았지만 교우 이민식 빈첸시오가 위험을 무릅쓰고 시신을 이곳 미리내로 모셔왔다.

이후 묘소 옆에 기념성당이 세워졌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이들이 찾아와 기도하며 추모하고 있다.

그분의 유해가 이곳에 안장되기까지 교우들의 피와 눈물이 함께 했음을 생각하니 감사와 경외가 함께 밀려왔다. 성당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미사 중에는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 친구식도 거행이 되었는데, 경건한 순간 속에서 마음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날은 교리반에서 함께한 형제자매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어 더욱 따뜻했다. 늘 수업을 마치고 흩어지던 우리가 식사도 함께 하고 웃고 대화를 나누면서 신앙의 길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에 큰 힘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처음 우리를 반겼던 무지개가 따시 떠올랐다. 일곱 빛깔 고운 빛처럼 나의 신앙 여정도 더 깊고 아름답게 물들어가길, 그리고 함께한 이 시간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빛나기를 조용히 기도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머님의 손맛이 담긴 8월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