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인생에서 만남은 끝이 없이 이어지지만 지속되는 것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래서 순간순간 사라지고 변해가는 것들 속에서 외롭고 고독해진다. 까만 밤. 을 헤매고 혼자라고 슬퍼할 때 찬란한 여명은 아니지만 반딧불이 빛처럼 내게 다가온 인연이 있다. 그로 인해 나의 방안은 작은 미소 하나가 생겼고 나는 그것이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감싸고 있다.
내가 지키고 이어가려 하는 그 인연에 대해 잠깐 꺼내어 상기해 본다. 그 시절 내게는 밀물과 썰물처럼 변화들에 휩쓸려서 따라가기 급급한 시간들이었다. 새로운 관계라는 것은 그냥 하얀 거품처럼 잠깐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로 치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는 하나의 선을 그리고 모여 그림들이 완성되기를 꿈꾸었다.
나에게는 이 관계의 시작은 수많은 업무의 보따리 중 지극히 평범한 것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면을 쓰고 감정이라는 것을 배제하고 딱딱하게 서있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그냥 사라지는 거품의 하나처럼 대하며 지나가는 것으로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내가 두 분을 처음 마주한 순간 수줍은 미소와 순수함에 느껴지는 따사로운 온기가 느껴졌다. 지나치고 싶지 않았고 왠지 알고 싶었다. 잊고 있던 사람에 대한 기대와 아름다움이 내 앞에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선뜻 정해진 마음은 지속적으로 길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우연이라는 단어로 마주치게 되었고 주고받은 말들 사이 속에서 기록되는 시간은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내가 두 분을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유가 쌓여 갔다. 먼저 고양이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집사이다. 그 여파로 나 또한 집사가 되었다. 두 분만큼은 아니지만 나의 반려묘 봄이를 나름 애정하며 오래도록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뜻하다는 것도 좋다. 언제든 진실되게 들어주고 걱정에 위로를 해주었다. 힘들고 지칠 때 죄송스럽게도 내 아픔만 생각하고 재잘거리며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흘려듣고 지나칠만한 작은 단어들 하나까지 새겨들어주셨다. 따사롭게 내 마음의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그로 인해 쓰러지고 지쳐서 넘어졌을 때 무너지지 않고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지치고 삐둘어져 사람에 대한 염증으로 관계라는 것을 피해 가며 도망쳤었다. 하지만 두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치유되는 마음은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힐링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 작은 한 발자국은 조심스럽게 떼서 혼자만의 늪에 빠져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비가 온 뒤 세상은 거슬리는 것들이 투성이었다. 미처 마르지 않은 진흙탕들도 굽굽함도 싫었다. 그래서 문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웠다. 하지만 문틈 사이로 뜻하지 않는 하나의 빛줄기는 눈길을 가게 만들었다. 창 사이로 비치는 무지개의 잔상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용기 낸 마음의 한 움큼이 생겼다. 첫 발자국에 나는 느꼈다. 움푹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은 땅이 생각보다 단단했다. 아직 정말 사라지지 않은 두려움은 여전히 주저하게 만들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손을 마주 잡고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 너무나 고마운 나의 인연들의 안녕과 행복이 오래 시간 속에서 남겨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