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낯설어지는 것들

만남 계절 그리고 외로움

by 김군

만남이라는 것이 낯설어지는 단어로 느껴진다. 같은 패턴의 시간의 틀 안에서 같은 사람들을 보고 또 같은 공허함을 오늘도 느낀다. 너무나도 외로움에 익숙해져서 고장 난 감정은 변명으로 오늘도 나를 속인다. 사실 누군가를 만나싶고 재잘재잘 떠들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싶다.


하지만 나의 순간은 지쳐서 쓰러져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바라보며 세상을 방관하고 있다. 해롭기만 한 무료한 흐름 속에 익숙해지는 것이 덜컥 겁이 났다. 그리고 때마침 허기진 배에 집을 떠나 나섰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나를 채워줄 곳을 찾아본다.



비어있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공간에는 나와는 다른 계절처럼 따사롭고 화기함이 가득 차있는 곳들이 즐비했다. 내가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다름에 망설이다 결국 발길은 편의점으로 향해졌다. 그리고 손에 지어지는 것은 별것이 없었다.


초록색병의 소주와 망설이다 잡은 팥앙금이 들어간 빵을 카운터에서 계산한다. 집으로 돌아와 봉지를 뜯어 한입의 달콤함을 베어 문다. 썩 좋지 못한 퀄리티의 팥앙금이지만 허기와 잠깐의 환기를 시켜준다. 방으로 들어와 덩그러니 놓인 술병을 두고 고민을 한다. 어떻게 깜깜한 이 영화관 같은 방안을 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가진 것이 없던 이 공간의 슬픔을 채우기 위해 냉장고를 열어 무언가든 찾아본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별것이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다시 휴대폰을 열어 배달앱을 열어 본다. 적당한 허기짐과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찾아본다. 최소금액과 배달비라는 제한을 신경 쓰고 있는 모습에 씁쓸해졌다. 결국 주문한 분식집에 떡볶이와 순대 튀김 그리고 왠지 모르게 주문한 쫄면을 문 앞에서 받아왔다.



꽁꽁 쌓인 포장봉지의 매듭을 풀려하였지만 답답함에 가위로 잘라버렸다. 아직의 온기가 느껴지는 용기의 음식들을 가지런히 세팅을 하고 부엌에서 맥주잔을 가지고 한다. 왠지 집에서 혼술을 하게 되면 소주잔보다는 큰 글라스를 찾게 된다. 비우고 채우기가 싫어서 인지 귀찮은 건지 처량한 때문인지의 이유는 이젠 기억이 나지 않는다.


콸콸 맥주잔에 채워진 소주가 파도같이 몰려오는 외로움을 망각시켜 주리라 믿어본다. 한잔을 들이켜고 쓴맛의 여운을 느껴본다. 속여지는 것 같다 외롭지 않다 그래 잊기 위해 충분하다고 마음으로 되뇌어본다. 젓가락을 들어 매콤함과 달콤함 이중적인 떡볶이를 베어 물었다. 혀가에 느껴지는 자극에 몰두되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시 잔을 채워 한잔을 하고 또 다른 음식들을 곁들여본다. 서투른 삶 속에 익숙하지 않은 만남과 이별을 그리고 외로움을 잊어보려 한다. 내일 하루는 그래도 나의 계절이 조금은 화창하였으면 한다. 어울리지 않는 계절에 덩그러니 떨어진 섬이 아니기를 바라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가 오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