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해야 하는 것
기대를 한다는 것에 대하여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글로 그것들을 지금 이렇게 쓰고 있다. 내게 기대라는 단어는 좋은 과실을 가져다준 적보다는 헛된 희망으로 인식된 아픈 기억들이 많았다. 막연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 자유로운 삶이 나를 윤택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기대를 하였다. 하지만 규율이라는 것이 조금 약해질 뿐 틀 안에 갇힌 삶은 쳇바퀴 속에 정신없이 굴러갔다.
그렇게 다시 한번 졸업을 하고 찾아온 취업의 문턱에서 독립적인 삶을 꿈꾸었다. 경제적인 활동을 하게 되며 생기는 여유 속에 할 수 있는 것 또 쟁취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 둘 생길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다가올 내일의 굽굽함을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기대라는 것을 놓아주어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되뇐다. 바뀌어지지 않는 것들을 포기하고 수긍하고 적응하는 것이 답이다.
그래서 거울을 보면서 냉소적인 모습을 표현해보려 한다. 어색한 얼굴의 형태가 일그러지면서 이내 한숨이 나온다. 내게 왜 기대를 버리는 것이 낯설게만 느껴지게 만든 것일까 기억을 더듬어본다. 적어도 스물을 채 넘기기 전에 퍽퍽하지 않게 달콤함이 쓰디쓴 맛뒤에 따라오는 날들이 많았다. 하나를 잃는다면 그 순간은 아니지만 또 하나가 내게 채워졌다. 그래서 나는 기다렸고 그 기다림이 하나의 나만의 인생의 방정식이되었다. 조금만 시계 추의 흐름 속에 괴로움과 아픔을 참는다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라는 단어가 각인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내게는 흐릿해진 두 글자의 흔적에 슬프다. 오늘 하루도 미련한 나는 기대를 하였다.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이 뚜렷하게 떠올라지며 눈물이 난다. 나의 주변에서 누군가의 부고가 있었다. 삶 속에서 상실이라는 단어의 지독한 향을 알기에 위로의 말과 할 수 있는 것과 챙겨줘야 하는 것들을 정리하여 내밀었다. 바라고 고맙다는 말을 듣자 하니 것은 아니었다. 그냥 나는 너의 슬픔과 상실의 아픔이 얼마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지 알고 있다고 끄덕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신경 쓴 것들이 부질없이 먼지처럼 날린다. 위로는 외면당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은 그냥 의미 없는 몸짓이 되었다. 그냥 쓸데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날려버린 것이다. 예의 없이 나의 손짓을 걷어차버린 그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 한편에 가진 기대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말라져 버리서 않아서 나는 상처를 받았구나 또 아프구나 하면서 가슴을 부여잡았다.
기대를 한다는 것에 기분이 유쾌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때도 되었는데 왜 오답은 반복되는 걸까. 가끔은 후회의 한숨이 수많은 잘못된 선택에서 드물지만 때론 삶의 진로를 변경시켜 준다. 그럼에도 미련하게 놓지 못하는 끈을 잡고 있는 것이 바보 같다. 나는 오늘도 기대를 놓아야 한다는 생각하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펼쳐보지만 아직도 손안에 맴돌아 눈물 흘린다. 하지 말자 놓아보자 외면하자라는 단어를 외치며 밀어낸다. 차차 멀어지는 것들에 아련함보다는 후련함을 가져보자. 더 이상 떠올라지지 않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