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행에 대하여...

생각을 해본다.

by 김군

근간에 많은 소식들이 있었다. 20년 지기의 결혼식 끊긴 연이 이어져 만난 고등학교 친구의 이야기들 등등 주변이 화제가 되었다. 흘러간 시간 속에 내게는 무언가가 없다는 허무함이 들었다. 서글픔에 이미 끝이 난 바둑판의 복기처럼 시간의 복습을 해본다. 너무나도 고요하였고 세상의 중심에서 나는 끝없이 겉도는 위성 같았다. 한탄을 내비치며 한숨을 한잔에 섞어 푸념을 해보았다. 화자가 되어 떠드는 나의 이야기의 청자는 그것 또한 행복이라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했다.


최소한 너의 이야기가 피해를 주거나 상실을 야기하지 않은 것이지 않냐면서 위로 같지 않은 말로 가슴을 툭 찔러 넣었다. 한 알 한 알의 바둑알이 놓아지는 순간의 수가 사실 나에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초시계를 초조하게 바라보며 악수를 둔 옆쪽 바둑판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상기된다. 나는 그들의 세계의 일부가 무너짐을 목격하였다.



불구경을 목격하는 행인처럼 눈길을 붙잡고 행동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불행이 그들에게 찾아옴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순간이 갑자기 떠올랐던 건 죄책감 때문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무너진 세계를 바라보며 공감을 해주고 안아주지 못함을 후회하기보다는 안도를 느끼고 그 이야기에 들어가지 않으려 도망쳤다. 뭐 사실 내가 개입을 한다고 하여 그들의 예고된 사건들이 지연되거나 노선이 변경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외면을 하면 안 되는 것이지 않냐는 뭔가 찝찝함의 발목을 잡는다. 내 이야기도 아님을 다시 상기시키면서 고개를 저으면서 잊어보려 한다. 전화기를 잡고 이름을 적어보며 통화버튼 앞에서 망설였다. 뭐라고 말을 할까 뭐 지나가는 일이고 나도 겪어본 것이고 또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말할까.


불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실하지 않았고 피해받지 않았고 평탄하게 시간의 흐름을 겪어내었다. 그러기에 나의 이야기는 없었고 즐겁지가 않았다. 누군가의 눈물을 바라보고 안도하고 외면함을 정당화하고 있는 모습이 행복하지 않다. 불행을 바라보면서 나는 감염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며 훌쩍인다. 나의 불행에 대하여 짙은 어둠의 밤을 지새우며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소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