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군 Feb 18. 2024

빵의 도시 대전

성심당

  요즘은 정말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활용하여 굿즈로 제작되어 판매가 되는 것 들을 자주 보게 된다. 가끔은 많은 캐릭터의 종류를 신기하게 느끼며 나의 과거의 시간과 대비를 해본다. 어린 시절 뚜렷한 이미지나 개성 있는 것들이 그리 흔치 않았었다. 그러기에 요즘의 굿즈와 같은 상품들이 제작되는 경우도 보기 드물었던 것 같다. 하지만 머릿속을 불현듯 지나치는 하나의 캐릭터가 떠올라지면서 이건 남달랐지 하면서 하는 말을 나지막이 내뱉게 되었다.


 바로 꿈돌이가 그 주인공이다. 93년도 대전 엑스포의 상징으로 노란색에 심플하고 귀여운 캐릭터였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미지로 우주아기요정의 모습으로 제작하였다고 한다. 88년도 서울올림픽 개최 이후로 이어진 전 세계적인 행사에 당시 대중들의 관심은 어마 어마하였다.  그시절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꼴인 1450만 명이 관람을 하였다. 나 또한 어린 시절 엑스포 관람을 위해 대전으로 간 기억이 있다.



 이런 폭발적인 관심에 마스코트인 꿈돌이의 인기도 상당하였다.  봉제인형 및 운동화 그리고 저금통등은 그 시절 어린이들에게 필수템이었다. 이러한 굿즈 외에도 꿈돌이의 인기는 슈팅게임 및 애니메이션 그리고 당시 조흥은행에서 청소년 한정판 꿈돌이 통장이 나오기도 하였다. 독보적으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를 생각해 보며 문득 그 공간이 지금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리고 엑스포가 이루어진 대전을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쇠뿔도 당긴 김에 빼라는 말처럼 주저함 없이 숙소와 차편을 예약하였다.




빵의 도시


 내게는 엑스포의 꿈돌이 도시라는 이미지 외에는 대전에 대해 아는 것들은 없었다. 그래서 이 지역에 대한 것들을 검색하여 보았다. 그러니 유독 연관 키워드로 나오는 것이 바로 빵이었다. 요즘 세대들에게 대전은 맛있는 베이커리들의 성지로 이미지가 각인되었다. 이 지역은 편의점 만큼 동네의 빵집들이 포진되어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러한 경향으로 프랜차이즈 보다 개인매장들이 다수를 고한다. 자연스레 개성 있는 빵들이 많고 이는 전반적인 퀄리티를 상향시키는 영향을 주었다.


 왜 베이커리의 도시로 이미지가 쌓인 이유가 무엇 일까 궁금하였다. 과거부터 대전은 지리적으로 유통의 중심지로 역할을 하였다. 한국전쟁 때는 원조받은 밀을 보관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되었다. 당시 보관소가 설치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들보다 밀가루를 구하기가 용이했다. 이러한 연유로 밀가루를 활용한 요리들이 발달하게 되었고 빵 또한  그 범주에 해당되었다.



 2021년부터는 대전광역시 후원하고 대전관광공사가 주최하는 빵축제가 전국 최초로 열리기도 하였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에도 이틀간 1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가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전빵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밀가루 음식을 애정하는 나로서는 새롭게 알게 된 이 도시의 이미지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기대가 되며 설레었다.


성심당

 

 앞서 서술한 대로 대전에는 다양한 빵집들이 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생각보다 단시간에 풀린다. 바로 독보적인 성심당이라는 빵집의 존재를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이라는 도시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 공간에 대해서 듣고 알고 있을 정도로 상당한 인지도가 있다.  성심당은 수많은 빵집들 사이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매장이며 매력이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이 매장은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되었다. 현재는 4개의 지점으로 확대되었고 직원 수는 800여 명이 된다고 한다.  단일제과점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매출인 연간 800억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상당한 인기가 있는 빵집이 되었다.  성심당의 최초에 대한 순간을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전쟁 당시 함흥에서 피난온 창업주가 임길순 씨가 대전에 우연하게 정착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피난민들의 삶들은 참혹할 정도로 궁핍하고 어려웠다. 임길순 씨 또한 이러한 상황이 다를 것 없었다. 그렇게 생계를 위해 돌아다니다 성당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구호물자로 밀가루를 두 포대를 받게 되었다. 별도의 기계 없이 손만 있으면 가능한 찐빵 만드는 것을 배워서 장사를 함으로 성심당의 시작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스토리를 알고 보니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고 그 속에서 한눈팔지 않고 기회를 잡으면 성공이라는 것이 따라오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주 임길순 씨는 경영철칙으로 당일 생산한 빵은 당일 소진한다라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남은 재고들은 그 시절 힘들었던 전쟁고아 노숙인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이러한 기업마인드가 현재도 이어져 오고 있고 한 달에 약 6천만 원어치 빵들을 70여 곳의 복지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선행의 이미지는 지역 내에 사람들에게 더 이곳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를 추가해 주었다.


 기부에 대한 재미난 일화로 87년 6.1 항쟁의 시위 때 이야기가 있다.  늘 해오던 대로 남은 재고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는데 시위대에게 빵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동조세력으로 인식되어 끌려갔다고 한다. 하지만 시위대를 진압에 동원되었던 전경들이 우리도 그 빵을 먹었다는 해명과 변호를 해주면서 별다른 피해 없이 풀려나게 되었다고 한다. 윤리적인 경영의 가치의 의미가 느껴지는 에피소드였다.


  성심당의 특이한 점은 엄청난 인기에도 대전이 아닌 곳에 매장이 있지 않는다. 사실 여러 곳들에서 입점제안들이 왔음에도 그의 대한 답변을 일관적이었다.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지키려 한다. 실제로 서울 롯데월드 몰에 강력한 러브콜이 왔으나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를 전달하였다. 이러한 원칙에 예외는 통일이 된다면 창업주의 고향에 함흥에서는 분점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대전역에 도착하여 나는 이 지역의 아이콘인 성심당 본점으로 바로 향했다. 매장 앞에 도착하니 많은 인파들에 자연스레 와 내가 명소에 왔구나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사람들 사람들 사이에 좁은 공간들을 비집고 들어가 낸 내부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있었다. 맛있는 냄새들 사이로 정갈히 섹션별로 자리를 차지하여 진열된 상품들의 유혹은 엄청나게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하나 같이 맛있어 보이고 먹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들고 있던 트레이 위에 빵들이 수북이 쌓이게 되었다.


 겨우 이성의 끈을 잡고 이곳을 방문한 지인들과 후기들에서 반드시 먹어보아야 한다는 메뉴들이 있었다.  직관적으로 나의 구미를 당기는 몇 가지와 추천 빵들로 추려 정예멤버들로 트레이 위를 다시 재구성하였다. 그렇게 골라냈음에도 여전히 많은 양에 나의 욕심에 새삼 놀라며 그래도 여행의 묘미는 절제보다는 일탈이지 않겠냐라는 생각에 계산대로 향했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포스에 찍히는 금액은 적었었다. 이렇게 유명하고 인기 있는 베이커리 집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과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졌다.


  뭔가 득을 본 것 같은 마음과 설렘으로 내가 구매한 것들은 튀김소보루, 판타롱 부추빵, 초코튀소, 명란바게트, 애플브리 치즈 바게트, 소금빵이었다. 그리고 선물용으로 튀김 소보루가 세트로 구성된 상품도 구매하였다. 일단 모든 빵들을 뱃속으로 소화시키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느낀 점은 정말 거짓말하지 않고 하나같이 맛이 좋았었다. 그럼에도 우열을 나누자면 튀김소보루와 판타롱 부추빵 그리고 명란바게트가 인상적이었다.



  일단 튀김소보루는 성심당의 시그니처 메뉴로 베스트 상품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약 9천만 개가 팔릴정도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확실한 빵이다. 이 메뉴의 시초는 곰보빵인 소보루와 앙꼬빵인 팥빵을 도넛처럼 튀기고자 하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최종단계로 초콜릿 코팅을 마무리로 상품을 판매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코팅을 위해서는 빵이 식혀져야 할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했다. 그 약간의 텀 동안 대기하고 있던 상품들이 미처 최종단계로 진입 전에 판매가 완료되는 상황이 생겼다.



  결국 코팅이 안된 빵을 상품으로 만들어 내어놓고  튀김소보루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하였다.  한입 야무지게 베어 물면 혀끝에서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미간에 여유로움을 주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내부에 실하게 차져있는 앙금이 매력적인 자극을 주었다. 더불어 표면에 곰보빵과 같아 바삭한 식감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소보로와 팥빵 그리고 도넛의 세 가지 빵을 밸런스 좋게 분배하여 하나로 뭉쳐 놓은 맛이었다. 하나를 완전히 먹고 나니 남은 튀김소보로에 자연스레 손이 가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왜 시그니처 메뉴인지 납득이 되는 맛이었다.


 기분 좋은 첫인상을 마주하고 난 뒤 마주한 다음 메뉴는 판타롱 부추빵이었다. 사실 구매 전 추천들이 많았지만 뭔가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다. 내게는 부추와 빵이라는 조합이 예상이 되지 않으며 조금은 안 어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고민이 들었지만 도전 심리로 구매를 결심하였다. 일단 반을 정갈히 갈라 본 내부는 상당히 많은 양의 부추 그리고 계란 샐러드와 햄이 들어있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마음을 안고 한입 베어 물어보았다.



 일단 빵의 외피 반죽이 촉촉하게 느껴지며 부드러움이 함께 다가왔다. 그리고 부추의 아삭한 식감이 후발대로 나를 자극시켰다. 상당히 많은 부추양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심심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담백한 맛을 전달해 주었다. 나름 빵돌이로서 다양한 종류를 먹어보았음에도 처음 느껴보는 생소함이 들었다. 야채빵과 만두의 사이의 중간지점에서 적당히 줄타기를 한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며 다음에 본가로 갈 때 한번 사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빵은 명란바게트이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이영자가 추천한 메뉴로 사람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어졌다. 일단 길이는 꽤 길어 보였고 정확히는 28센티의 크기라고 하였다. 바게트 위에는 명란이 올라가 있고 김가루가 군데군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먹기 편한 크기로 커팅을 하여 보았는데 절단된 내부 단면에도 명란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었다. 한 조각 집어 입안에 넣어 먹어 보았을 때 겉바속촉의 식감이 느껴지면서 다시 미간의 여유가 가득해졌다.



 명란에 짠맛이 그리 강하지 않음에 바게트 자체의 고소함과 어울려져 단짠단짠의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뒷맛으로 살짝 매콤함과 버터나 마요네즈 같은 크리 한 맛도 전달되었다. 상당히 호소력이 짙은 빵이었고 생각이상으로 만족감을 느꼈다. 차후에 성심당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무조건 필수로 살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조건 온기가 있을 때 먹어야 하고 피치 못하는 상황이면 집에서 에어프라이기나 오픈에 데워 먹어야 빵의 맛을 확실히 음미할 수 있다.


  성심당을 통해 내게 빵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대전에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어릴 적 꿈돌이라는 캐릭터 이외에는 이 지역의 흥미와 눈길을 가지지 않았는데 이젠 하나가 더 추가된 것 같아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여행이란 것은 때로 이러한 즐거움을 무심하게 툭 던져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떠나고 싶고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에 내게 추가될 대전의 키워드가 어떤 것이 될지 기대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군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