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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Mar 08. 2024

착각

착각

  B 매장에서 기억은 썩 좋은 것들이 많지가 않다. 물론 간간히 예외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처럼 잊어버리게 강렬한 에피소드를 누군가 나에게 던져주었다. 그와 나는 어디서부터 엇갈린 걸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모든 것을 겪고 지나쳐버린 시점에서는 그냥 내가 B매장을 간 것부터가 아닐까 싶다. 앞선 에피소드들에 언급한 것처럼 내 자리는 일 년 사이에 3명이나 교체가 되었다. 그리고 떠나간 이들의 대한 주변 평판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네들의 끝은 짠하고 안타까웠다.


 수많은 사람과 마주하는 직업 특성상 별의별 유형의 인간을 마주한다. 그중 제일 골 때리는 것은 바로 착각이다. 이야기 자체가 진행이 되지 않는다. 우기기는 기본이고 어느 순간에는 의심을 하며 잘못을 전가한다. 그러한 상황을 마주하면 머리가 너무 아파진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그들은 같은 말만 반복한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닙니다 그건 당신의 착각이고 잘못이에요가 목구멍까지 툭툭 튀어나오려 하지만  참을 인자를 써가며 애써 상대방에게 유예 기간을 부여한다. 그리고 정말 애석하게도 나는 이런 유형의 인간을 매일 마주하여야 했다. 매장의 부점장이었기에 출근하면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한다.  그는 자신을 엄청나게 유능한 인재라고 생각하였다. 물론 일정 부분 그의 성과에 대한 인정을 하기는 하였다.


  B매장은 내가 입사 당시 지방에서는 거의 최고의 매출이었고 전국으로 기준을 삼아도 탑 5에 드는 수준이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는 부점장의 역할도 컸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맡은 부분에 있어서는 나름 강단 있게 밀어붙이는  성격이었다. 점장과 트러블이 생긴 다하더라도 개의치 않았었다. 그래서 여타의 매장보다는 역동적인 느낌이 더 들기도 했다.


  과유불급 과하면 없으니만 못하다는 의미처럼 그의 자존감과 강단은 넘쳐 흘러 범람했다. 극단적이었고 그것에 따르지 않고 불만의 티를 내면 무시와 배척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과거 직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대기업 대형마트에서 공채로 입사하여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무엇 때문에 나왔는지 이야기하지 않고 숨겼다. 그러한 경험의 토대로 엄청난 변화와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자신이 이 매장 아니 이 회사에 심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사실 장사는 운이 9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엄청나게 자부심 있는 매출의 성적표는 지역 내 다른 매장이 오픈하면서 나눠먹기가 되며 점점 떨어졌다. 그리고 그의 방식에 매번 갈려나가던 직원들의 불만은 쌓이고 퇴사로 이어졌다. 좋았던 시절이 순식간에 위기의 순간으로 변화하였다. 그럼에도 부점장은 한결같았다. 여전히 대기업의 그 짧은 경험이 이 시련의 돌파구라고 판단하였다.



  강단은  무리수가 되었고 매출 순위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사실  본인도 알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답의 수정 과정에 자신의 변화와 수긍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을 말이다.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는 것을 포기하고 또 다른 틀린 선택을 한다. 책임전가 이러한 우리 매장의 나쁜 상황이 된 건 무능한 직원들이고 내 수준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로 인해 나는 잘못이 없다는 자위를 하였다.


 결국 종국에는 내가 이 매장을 떠날 때쯤에는 과거의 명성은 먼지처럼 흩날려지고 말았다. 착각에 빠져 허우적 되는 이는 시간이 지나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 갈 자리에 투입된 사람들은 계속 갈아치워 졌다. 나의 퇴사 이후 약 1년간 3명이 바뀐 것을 보았다. 간간이 소식을 들었지만 여전히 애잔하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들만이 가득했다.


  아직도 내가 대형마트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과거의 찬란한 기억을 설파하고 있을까. 그리고 또 여의치 않으면 타인을 향해 화살을 돌리고 있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아마 변치 않았을 것 같다. 왜냐면 그는 나르시시스트이다. 그냥 자신의 과거를 사랑하고 자신의 생각을 맹신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정말 다음번에는 좋은 이야기나 부점장 언급이 없는 글을 쓰리라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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