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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Mar 22. 2024

도범_2부

소도둑

 삶은 가끔 시간이라는 그물사이에 뜬금없는 에피소드들을 잡히게 만든다. 그리고 그 기억의 잔상은 꽤나 오래 남겨진다. 이전 바늘도도둑의 사건이 한 차례 지나가면서 나와 꽤나 껄끄럽고 좋지 않던 부점장으로부터 칭찬을 들었다. 처음 마주하는 상황이지만 매뉴얼대로 침착하게 대응한 것을 높이 평가하였다. 뭐 이것이 채점을 받는 시험이 아니기는 했지만 정답을 잘 만들어낸 것이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비록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인 존재에게 듣는 칭찬 또한 듣기가 나쁘지 않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그 긍정적인 영향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잠시나마 B매장에서 일을 하면서 즐거운 때였었다.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다시 한번 나의 그물에 대어를 한번 잡아 가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열망이 강함이 간절하게 느껴졌는지 나의 바람은 얼마 뒤에 일어나게 되었다. 이전 글에서도 재고조사를 일주일에 정기적으로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근데 이상한 점이 하나가 나의 눈에 띄었다.



 뭐 재고 분실이 0이 될 수는 없기에 적어도 이 정도의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적정선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것을 잘 지키고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독 이상하게 어떤 분야가 여타 카테고리에 비해 분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인지하였다. 보통은 이러한 경우는 십중팔구 도범이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직원들에게 이런 부분이 공유되고 주의의 단계가 비상으로 켜졌다.


 생각보다 도범을 잡는 것은 쉽지가 않다. 보는 눈도 많고 CCTV도 있어 사각지대가 있기에 검거에는 이점이 될 요소가 많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기상천외한 방법과 그 동기들도 각양각색이다. 예전에 공유된 도범 케이스 중 한 명은 유모차에 아기를 태어와 육아도서들을 하단에 짐 보관 공간에 덮어 나갔다. 아무도 의심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설마 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을 알게 되면 애석하게도 사람대한 의심병이 도지게 된다.


  그리고 공유된 케이스 중 하나는 블루레이를 훔친 재일교포이다. 이 상품은 중고지만 꽤나 고가이고 찾는 사람들이 드물다. 왜냐하면 플레이어가 있지 않으면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고량도 많지 않을뿐더러 즉각적으로 도범을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근데 이 재일교포는 무려 5번이나 각각의 매장을 돌면서 그것들을 훔친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매 상황마다 합의를 하였다. 상당히 재력이 있는 사람이었고 사는 것에 부담이 안 드는 이였다.


  그가 이런 일을 한 것은 습관성 도벽이었다. 그냥 짜릿함에 이끌려 가져간 것이다. 합의금으로 몇백을 물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그는 블랙리스트가 되어 영원히 매장 출입이 되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이렇듯 동기와 방식에 대한 탐구는 범위가 예측되지 않기에 직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항상 매의 눈을 가동해야 했다. 초심자의 행운이 작용한 나의 레이더에 이상한 재고분실의 행태가 다시 예리하게 가동되었다.



 이후 직원들이 목격한 의심스러운 상황들을 토대로 몇 명의 관찰 고객들의 리스트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들이 매장에 나타나면 우선적으로 보고를 하고 행동 동선을 확인하였다. 여느 날처럼 출근을 하여 업무를 보고 좀 더 내가 맡은 파트를 어떻게 고객들에게 어필해야 할지 고민을 하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스탭 한 명이 사무실로 나를 이끌고 가며 요주의 인물이 매장에 등장하였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것을 듣고 나는 직원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티가 나지 않는 선에 행동을 관찰하기를 지시하였다. 나는 모니터를 집중하여 지켜보면서 백업을 하였다. 그의 행동은 상당히 부자연스러웠다. 매장을 수차례 돌며 한자리에 다시 돌아왔다. 물론 고민을 하다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망설이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통상적인 사람들의 빈도의 2배 이상이었다. 숨죽이며 상황을 관찰하였다. 그런데 책 한 권을 집더니 카운터에 계산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아차 이 지독한 의심병이 잘못 적용된 것은 아닌가라는 후회가 들었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에게 상황해제를 통보하며 각자의 업무로 다시 복귀하기를 지시하였다. 나 또한 하고 있던 업무를 사무실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꽤나 시간이 지나 책을 진열하기 위해 문을 열고 매장으로 나갔다. 휴게공간을 지나치며 의심했던 고객이 앉아있었다. 미안함 마음이 들어 눈길이 갔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계속 주변을 이리저리 훍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매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 다시 서가로 갔다. 그리고 그곳은 분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파트였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선에서 그 모습을 체크하였다. 근데 책 몇 권을 집더니 구매를 하면서 받았던 쇼핑백에 담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의심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다시 한번 직원들에게 관찰의 지시를 하였다.



  이후 담당 형사분에게 연락을 하였고 얼마 되지 않아 매장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함께 상황을 지켜보며 매장을 나가는 순간 그 고객을 잡았다. 사무실로 데리고 와 목격한 것들과 그동안의 의심스러운 상황에 대한 자료들을 들이밀며 추궁을 하였다. 잡힌 상황이 주는 긴장감인지 체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실토를 하였다. 자신이 몇 차례 훔쳤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현재 집에 보관 중이라는 것을 듣고 경찰분과 같이 직원 한 명이 따라가게 되었다.


  그 동행은 어쩔 수 없이 내가 하게 되었다. 매장과 뭔 거리가 아니었기에 도보로 이동하였다. 골목사이에 허름한 주택을 들어가니 몸이 편치 못한 노모가 먼저 우리를 맞아주었다. 상황설명을 하기에는 조금 껄끄럽고 불편함에 에둘러 일 때문에 방문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내부로 따라 들어간 공간에는 깜짝 놀라운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방 한편에 육안으로 대충 이천권 정도가 되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수많은 양의 도서들 사이에서 본인이 훔친 것들을 골라내지 못함에 일단 나서서 매장의 라벨지가 붙은 것을 확인하여 보았다. 좁은 공간에서 일일이 확인이 힘들어 대략적으로 체크한 것이 무려 400권이었다. 의심되는 것들이 더 있었으나 일단 매장이름이 표시된 라벨지의 유무만으로 판단하였다. 함께 간 경찰 분은 절차상 도난 상품들은 수거해서 경찰서로 들고 가야 된다고 하였다.



  담을 것이 마땅치 않아 인근의 편의점에서 박스를 얻어와 담았다. 이후 그것을 들고 가야 하는데 도보로 들고 가기에도 어렵고 사람이 더 필요하였다. 결국 형사분이 지원요청을 하여 인원이 충원되었다. 이후 진술서 작성을 위해 나 또한 경찰서로 따라가게 되었다. 범죄에 대한 부분에 대한 상황을 고지하고 이유를 추궁하니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피해자로서 매장의 분실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였다.


 나의 역할은 거기까지였고 괜히 이 불편한 공기가 흐르는 공간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형사분은 나를 놓아주지 않고 식사를 권했다. 그리고 이 순간 내가 상상만 했던 것을 뜻하지 않게 이루게 되었다. 짜장면을 경찰서에서 범죄자의 신분이 아닌 피해를 진술하기 위한 목격자이자 피해자로 먹게 된 것이다. 경찰서 인근 중국집인지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적당한 윤기를 보여주는 춘장에 나도 모르게 긴장감은 사라지고 군침이 들었다.



 정말 내 인생에서 그렇게 맛나게 먹었던 짜장면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형사분이 많이 배고팠는 거 아니냐면서 곱빼기를 시켜 들일걸하는 농담을 던지기도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피해처리에 대한 절차를  고지받고 돌아갈 수 있었다. 이틀 뒤 형사 분에게 들은 범죄동기 이야기는 이러했다. 처음에는 고민하던 책을 누가 사가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몰래 몇 권을 구매한 것들과 함께 쇼핑백에 담았다고 한다. 근데 이것이 들키지 않으니 대담해진 것이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 오전 직원들이 많이 안 보이는 시간대를 체크하여 이러한 행동을 반복했다고 한다. 무려 6개월간 그러했다는 것에 놀라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수거해간 것들을 구매한 것들과 대조해 보니 훔쳐간 것이 약 170권 정도 되었다. 이후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 지나 당사자가 합의를 위해 매장으로 찾아왔다. 매장에서는 논의 끝에 추정되는 것들에 대한 부분들을 고려하여 판매가가 아닌 매입가에 두 배를 보상받기를 원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바늘도둑에 이은 소도둑을 잡은 에피소드는 일단락되었다. 사이즈도 커짐에 칭찬이라는 보상도 받고 상상만 했던 공간에서 짜장면을 먹는 것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 편은 씁쓸했다. 욕심내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불편하고 서로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인데 왜라는 물음표를 가시지 않는다. 이제는 더 이상 도범을 잡는 상황이 안 생기기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더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후 수차례 나는 도범을 잡는 상황을 마주하였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그 꺼리짐학 것들로부터의 해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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