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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Mar 29. 2024

불안이라는 후크

빌런

 노래를 듣다 보면 머릿속을 유독 맴도는 멜로디와 가사들이 있다.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뜬금없이 입가에서 흥얼거려기도 하고 생각이 난다. 이렇게 귓가에 걸리는 부분을 훅이라고 한다. 한번 빠지면 또 다른 것이 그것을 대체하기 전까지는 방을 빼지 않고 버틴다. 근데 훅은 노래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의 감정도 그런 것 같다. 유독 거슬리며 신경 쓰이는 형태에 중독되어 눈치 보고  힘들어한다.


 내게 일을 하면서 훅였던 것은 불안이었다. 처음은 그것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냥 가끔 살짝 지나쳐갔고 금방 희미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을 하면서 안정을 갖게 되면서는 그림자처럼 계속 따라왔다. 환기시키고 또 다른 감정의 씨앗을 심어 대체도 해보려 하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몇몇이 나의 발목을 붙잡고 넘어 뜨리며 불안으로 밀어 넣었다.



 영화 속 빌런처럼 그들은 꽤나 더럽고 치사하게 나를 괴롭혔다. 그중 단연 으뜸은 B매장 부점장이었다. CCTV의 용도는 나를 감시하며 지적할 거리들을 찾는 것으로 이용되었다. 작은 실수는 마치 회사에 피해를 야기시키며 잠재적 무능력자로 재단하였다. 불안의 밤은 걱정의 한숨으로 지새워지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겨우 술기운에 쓰러져 자는 날들이 많았다.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아랫사람을 찍어 누르고 무시하는 것에  일말의 망설임 없이 행하는 능력은 정말 대단한 수준이었다. 적어도 그때 내게  주어진 정규직이라는 안정이 오히려 불행으로 느껴졌다. 이를 악물고 버티고 눈물을 훔쳤지만 점점 늪에 빠진 발은 위축되고 나를 움직이기가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도 위안이라면 나와 비슷한 아니 나보다 선구자로 이 추악한 길에서 경험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잠깐의 이 불안의 감정이 사라진적도 있었다. 부점장이 결혼을 하며 B매장 실세인 자신의 아내가 될 매니저와 신혼여행을 간 그 시간이 유일하게 걱정이 크기가 줄어들지 않았나 싶다. 두 사람의 공백으로 스케줄과 업무는 빡빡하게 돌아갔지만 그래도 웃으며 출근하며 술이 없는 밤을 보냈다. 하지만 그것은 유효기간이 정해진 한시적인 예외 상황이었고 꿈은 끝이 나고 현실은 다시 찾아왔다.


 적어도 그래도 시차적응도 있고 사람이 결혼이라는 것을 하면 변화하기도 한다는 말에 기대를 하였다. 내가 다시 불안에 잠식되어 힘들어하는 것이 예전보다는 더디어졌으면 했는데 처참하게 깨졌다. 그가 오자마자 한 것은 나와 남아있던 선임 매니저에 대한 지적질이었다. 딱히 누락된 것도 잘못한 것도 없는데 우리는 일순간 매장을 개판으로 관리하며 자기가 없으니 살판나서 일을 대충 한 인물로 비하되었다.



 그 대단한 대기업 마트에 공채로 들어갔다는 그 자부심은 자신 외에 사람은 하등 한 존재로만 여겼다. 이 순간이 일을 그만둬야 하는 고민이 절정이 되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의 우유부단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고 차후 이야기를 꺼내겠지만 정말 더러운 끝을 마주하였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는데 부점장과 결혼을 한 매니저는 이 상황을 즐기면서 실컷 구경하다 말리는 척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보통은 사내 결혼을 하게 되면 분리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이들은 둘이 끈끈하게 붙어서 쌍으로 사람들을 피 말리게 하였다. 알뜰살뜰 그들의 이권은 다 챙겨갔다. 심지어 신혼여행도 회사에서 지급되는 자기 계발비의 허술한 경계를 이용해 챙겨 먹었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이 자기 계발비를 쓰는 것들에는 눈치를 주었다. 다시 술이 나의 밤을 차지하면서 불안이 나를 덮쳤고 나는 감정의 훅에 괴로움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나의 불안의 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도 있었다. 부당한 것들에 대해 노동청에 진정을 넣던지 아니면 본사 인사팀에 상담을 받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절차를 생각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라는 존재는 피해 주는 사람 무능력자로 가스라이팅되어있었다. 그것을 한다는 것은 염치없는 것이고 잘못된 행동으로 여겨졌다. 참 바보 같았던 것 같다. 불안에 뒤덮여서 정작 씻어내고 갈 수도 있었는데 더 그것에 옥죄어 있었다는 것이 말이다.


 그래도 나는 지금은 적어도 예전같이 미련하지는 않다. 물론 지금도 불안을 느끼지만 뭐 삶은 어떤 형식으로도 흘러간다. 그리고 그때의 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거름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점장이 되고 매장에 관리자가 되었을 때 나는 적어도 나처럼 불안에 불행하지 않기를 바랐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 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다. 그들 같은 사람이 되기 싫었다. 어렴풋이 들리는 빌런들의 소식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떨어진 매출에 그 잘난 자부심은 깨진 것 같다는 후일담을 들었다. 나의 불안의 훅은 끝이 났지만 부디 나 같은 이가 그곳에는 반복되지 않기를 오지랖을 부려 걱정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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