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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Apr 05. 2024

B 매장에서 마지막

시재

 마지막에 대하여 글을 쓰는 것은 항상 무언가 씁쓸함이 동반된다. 오늘은 B매장에서 끝을 마지한 순간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 시절 나는 미쳐가고 있었고 우울의 늪의 절정에 있었다. 정말 사람이 지쳐있었고 끝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으로 맴돌았다. 나를 괴롭히는 비중은 여전히 부점장의 크기가 컸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아마도 그 당시 꼬투리는 시재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매장은 매출 포스마다 각각 준비금을 일정하게 설정하여 넣어둔다. 그리고 마감 시 준비금을 뺀 금액을 현금매출로 보고 파우치에 모아두었다. 그리고 그것을 한 달 치를 모아 본사에 전달하는 구조로 처리되었다. 현금포스를 사용하는 어느 업종이든 이러한 준비금 시스템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재에 대한 중요성이 커다란 것 또한 비슷하게 생각한다.



  논점으로  돌아와 나의 이야기를  다시 해보겠다. 당시 내가 마감을 할 때 빈번히 시재가 안 맞았다. 플러스가  되기도 하고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였다. 물론 두 가지 경우 모두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플러스면 남는 시재에 보관하여 마이너스를 메꾸기도 한다. 만약 남는 시재가 없다면 부득이하게 마감작업자가 메꾸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다.


 맞지 않는 시재를 가지고 나를 질타하며 훈수를 하는 부점장의 지적질이 빈번했다. 물론 그것에 대한 것은 정당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이기에 관리를 못하는 것은 수정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쉽사리 수정되지 못하였다. 어디서 어떻게 구멍이 났는지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설사 그것을 발견하더라도 이미 지나간 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결국 시재점검을 수시로 하고 작업자 간의 긴장감과 주의를 주는 정도만의 내가 할 수 있는 처방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10에 3~4번이 시재의 오차가 일어났다. 빈도가 서서히 줄고 있었지만 그것 따위는 중요치 않다. 이미 시재오차가 일어났다는 것에서 또 나를 드잡이 할 명분이 부점장에게 생긴 것이다. 노이로제가 들릴 정도로 귓가에 비난의 소리를 듣고 나는 차라리 내가 맞추리라 생각했다. 다짐 이후 며칠간은 오차가 나지 않았다. 뭔가 통쾌한 감정이 들었다. 네가 뭐라 해도 내가 해내었다는 그런 성취감에 기분이 꽤나 좋았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가지 않아 무너졌다. 마이너스 매출이 났고 금액이 꽤나 컸다. 마감을 하고 한참을 잘못 계수한 것이 아닌지 반복 확인을 하였다. 그럼에도 결과는 이미 오차가 났다는 사실을 뒤엎지는 못했다. 결국 지갑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돈 오만 원을 넣어 금액을 수정하였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또 며칠간 시재가 틀리는 날이 없었다.


 딱 사흘째 되던 날 마감 작업 간 금액이 플러스가 되었다. 평소 같으면 남는 시재에 넣으면 되었지만 부점장은 그것 또한 막게 미리 손을 써놓았다. 시재 오차를 없게 만든다는 명목 하여 남는 시재파우치를 없애버렸다. 그것이 생기면 자기한테 보고하고 돈을 잘못 거슬러준 거래내역을 찾아 고객과 소통하여 돌려주라고 했다. 물론 그 조건은 나한테만 적용되었고 자기들끼리는 암암리에 잘 처리하였다.


 고민을 하였다 괜히 또 보고하면 털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에 이전에 내가 메꿔돈 금액의 5분의 1인 만원 정도를 가져간다고 생각하고 뺏어 가져갔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을 하였는데 갑자기 부점장이 나를 호출하였다. 자기한테 잘못한 것을 고백할 것이 없냐고 하기에 뭔가 가슴 한편이 찔렸지만 없다며 모뢰쇠를 하였다. 그가 말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자기가 전날 일부러 시재를 틀리게 만들었고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본 것이라고 그리고 내가 시재를 가져간 것을 알고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사실 이전에 시재 구멍이 난 것을 내 사비 5만 원으로 메꾼 적이 있어서 가져갔다는 변명을 하였지만 나와 같이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횡령으로 법적 처벌을 받고 더럽게 나갈 건지 아니면 그냥 내발로 나갈 건지 선택하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묘하게 포커스는 그가 짜놓은 판에 끼워 맞춰줘 점장까지 나서 나를 횡령범으로 취급하며 협박을 하였다. 그동안 수차례 부당한 것을 강요하고 처리한 그들이 들이밀 잣대는 아니라고 생각 들었지만 나는 그때 정신적으로 무너졌고 유약해 있었다.



 그리고 시재 오차가 들키기 싫어 돈을 메꾼 것도 가져간 것도 나의 잘못이라는 배덕감이 가슴 한 편에 있었다. 사정을 해보고 잘못이라 해보았지만 맞춰진 프레임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끝끝내 내 잎에서 퇴사를 하겠다고 하자 나를 놓아주었다. 그 뒤로는 일정 남은 기간 동안 투명인간 취급을 하였다. 당시를 생각하면 억울하다는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그들이 CCTV로 감시하고 욕설은 아니지만 사람의 인신공격을 하던 행태들은 고스란히 묻혔다는 것이 말이다.


 지금의 나라면 적어도 노동청에 진정을 넣고 이판사판을 벌이고 나왔을 것이다. 만원이 횡령죄로 둔갑되어 사직을 권고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소소한 복수는 하였다. 의도치 않았지만 나도 살기 위해 일자리를 구해야 했고 당시 경쟁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을  지방에 처음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자리가 바로 B매장 자리였다. 당시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잘 풀리지 않아 재계약을 못한 것이다. 이후 오픈 후 부점장과 난 경쟁업체의 직원으로 마주한다. 애써 나를 외면하며 회피하던 모습을 보면 꽤나 통쾌했다. 오히려 그 뒤 나는 나름 이직한 곳에서 잘 정착하고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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