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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Apr 12. 2024

끝과 새로운 시작

일관된 태도

 끝을 정리하는 과정이 그리 깔끔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온다. 퇴사까지 가지 않을 문제를 어처구니없이 판을 키워서 끼워 맞추어 몰아세운 것이란걸 지금은 알고 있다. 당시 소심하게 객기를 부리니 갑작스레 본사 인사팀장이 내려와서 이런 저런 불이익을 줄수 있다며 협박의 분위기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후속타로 점장과 부점장은 생각의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나는 범죄자가 되어있었고 크나큰 나쁜 놈이 되었다.


 일을 그만두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겠지 무엇을 해야 할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이 지옥을 벗어난 것은 어찌 보면 다행일지 모른다는 자기 위로를 했다. 어찌어찌 남아있었다면 아마도 난 미쳐 벼렸을 것이다. 정말 이 시절 나는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고 괴롭힐 수 있는지를 느껴었다. 후회되는 점이라면 내가 당한 부당함을 알리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사직서를 적고 나니 없는 사람을 취급하는 이들에 너무 화가 났다. 진짜 끝까지 징글 징글하다. 그냥 빨리 시간이 지나갔음 했다. 그냥 잠수 타고 안 나가고 정리할 수도 있었지만 그럼 정말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 참았다. 근데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나에게 기회가 생겼다. 당시 운영하던 매장이 계약기간이 종료되었고 이전해야 했다. 그리고 들리는 소문으로는 이곳에 경쟁사가 지방에 첫 출점을 한다는 것을 들었다.


  공고가 뜨고 나서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원하였다. 퇴사를 10일 남기고 있던 시점이었다. 자신이 있었고 왠지 그곳에서는 다시 더러운 꼴을 보지 않고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서류지원 합격 후 면접을 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있었고 꽤나 긴 시간을 대기하였다. 차례가 되었고 그 당시 면접관으로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나의 나름 은인이라고 생각되는 지금은 퇴사하였지만 점장님이 있었다. 또 다른 사람으로는 현재는 대표까지 올라간 팀장님이 있었다.


세명정도의 인원과 함께 면접을 보았는데 질문이 내게 몰렸다. 아마도 내가 당시 오픈할 곳에 일을 하고 있고 중고매장경력 지원자들이 없었기에 메리트가 있게 보였을 것이다. 현장에서 느꼈던 점과 그동안 경험을 통해 쌓인 나의 강점을 어필하였다.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고 느꼈고 왠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역시나 면접 후 얼마되지 않아 나에게 합격통보가 연락이 왔다.  B매장 제대까지는 일주일이 남은 시점이었다.



 당시 이전하는 공간과 계약기간이 애매하게 맞물려 두 곳을 동시에 운영하였다. 원매장에서는 최소인력으로 운영하였고 오픈매장으로 인원들이 넘어갔다. 당연히 나는 폐점하는 매장에 유기되었다. 버림받은 나와 탐탁지 않게 본 스탭 한 명을 배치하고 그들은 떠났다. 고객들이 대부분 새로 오픈 한 곳으로 찾아갔지만 미처 소식을 접하지 못한 이들도 꽤나 많았다. 그래서 두 명이서 근무를 서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다.


 화장실을 가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편하게 할 수 없었다. 명백히 인원을 한 두 명 정도를 뺄 수도 있었지만 의도가 다분했다. 어쩌겠냐 나는 어차피 일주일 뒤 니들에게 나름의 빅엿을 날릴 거다라는 마음으로 참았다. 퇴근이 되면 녹초가 되어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3일이 남은 시점에 서는 참기가 힘들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었는데  어느 누구 찾아오지도 바라보지도 않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결국 나의 정신은 무너졌다.


 남은 이틀을 연차 통보를 하였다. 그제야 에둘러 다른 이를 통해 너무 한 것 아니냐면 핀잔의 이야기가 들려졌다. 투명인간에서 보인 것이다.  서럽고 괴 심한에 나는 듣지 않고 나의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서 쓰러져 한나절을 잠에 들었다. 잠이 그리 많은 내가 아니었지만 쌓인 피로감에 하루를 이렇게 보내는 것이 낯설면서 신기하였다.  이틀이 지나고 바로 나는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나의 7년간의 회사생활이 펼쳐진다. 그리고 오픈날 나는 하나를 온전히  잊지 않고 기억한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애써 외면하는 B매장 부점장의 모습을 말이다. 삶에서 그만한 통쾌함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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