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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Apr 26. 2024

교집합이 꼭 동질감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졸지에 스파이로 의심받다.

 삶에서 나와 같은 부분이 많은 사람을 찾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동질감을 가지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반갑다. 반대로 어긋나는 존재를 마주하면 체념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의 사회생활 중에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행태의 동료들을 만났었던 것 같다. 서울에 상경하여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상황은 대부분 유사했지만 다름의 차이를 여실히 느꼈다.


 그리고 나의 레이더는 위험감지를 하듯 반대의 존재에 대한 거부감을 감추지 못하고 드러낸다. 사실 이러한 태도는 약점으로 작용된다는 것을 지금에서야는 잘 알지만 당시 그에 대한 부분이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나의 강남 생활의 레이더에 걸린 이들은 이전 에피소드에서 이야기한 존재외에도 추가로 존재하였다.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는  강남점 직원들이 전담으로 인원들을 맡아 담당하였다.



 나의 파트너는 정매니저라는 직급이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전 회사에 비유하면 선임매니저에 해당되는 위치이고 부점장의 바로 아래에 해당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자신감과 말의 힘은 직원들에게 꽤나 힘 있게 전달되었다. 더불어 부점장은 마치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이라는 말처럼 자기주장이 약하고 우유부단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바로 아래 위치이지만 그녀의 주장은 강력하게 반영되고 영향력이 있어 보였다.


 그렇게 같이 함께 하면 조금씩 파트너에 대한 파악을 해가는 중 나는 공통점을 하나를 알게 되었다. 나와 그녀가 모두 이직 전 같은 A 회사에서 일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지역이 달랐기에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시기가 묘하게 엇갈려 있어서 접점은 있지만 그리 강하게 이어 붙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경쟁사에서 일하는 방식을 알고 있기에 내가 현재 이곳에서 혼란을 겪는 부분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동질감을 느꼈었다. 편안 감정이 들어서 선뜻 다가가기도 쉬웠다. 당시 나는 하루빨리 혼란을 유발하는 것들을 빨리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열정적으로 시스템에 대해 물어보고 파고들었다. 모든 과하면 실수가 유발되듯 내게도 이러한 의욕이 문제를 만들었다. 퇴근하여 고시원에 돌아가면 뭔가 소통할 이들이 많지도 않았을뿐더러 만날 친구들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에 대한 고민에 대한 부분을 업무의 끝나고 나서도 끌고 왔다.



 메모한 것들을 복기하여 생각해 보았고 매뉴얼들을 연습하여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리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 업무 정리 파일 양식들을 메일로 보내서 숙소에 복습하려 했다. 그것에 간과한 부분은 회사는 엄연히 정보보호에 대한 보안성이 중요한 것이고 그것을 목적을 보고하고 상부에 결재를 맞지 않으면 잘못되는 것이다. 과욕에 그것을 놓쳐버리고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실행 전에 차단당했다. 나의 파트너가 단호하게 안되다며 내가 잊고 있던 것들을 상기시켜 주면서 이야기를 하여 주었다. 그래서 아차 나의 실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잘못했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이 일은 넘어갈 것 같았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 나는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경쟁사의 스파이로 정보를 빼내기 위해 입사하였고 관심요망의 인물이라고 상부에 보고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새 출발을 바라서 입사를 하였는데 이런 말이 돈다는 것이 화가 났다. 나는 이 소문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그 끝에는 나의 전담 정매니저였다. 내가 경쟁사에 일을 한 경험이 의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나는 요주의 관심대상으로 찍혀버렸다. 물론 나의 불찰이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은 부분까지 이렇게 과대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억울함이 들었다.



 이후부터는 나의 행동 하나하나는 관찰이 되고 별것도 아닌 것들도 의심의 눈초리로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 입을 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키울 일이었는지 아니면 적어도 보고 전에 나한테 귀띔을 할 수는 없었는지 말이다. 하지만 왠지 이야기를 꺼내면 상황을 더 키울 것 같아 참았다. 시간이 지나 당시 상황을 제삼자에게 들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당시 업계 경력자들이 드물었다. 손에 꼽을 정도였기에 입사를 하면 주목을 받고 의견을 강력히 피력하고 받아 들려 졌다. 그래서 내가 신입으로 입사한 것이 경쟁대상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녀는 나와는 달리 관리자인 매니저가 아닌 스탭이라는 부분도 열등감으로 작용되어 새싹을 꺾어버린 것이다. 굳이 지방도 다름에도 왜 그런지는 이해가 안 되지만 나는 하나를 깨달았다. 같은 교집합이 있다고 하여 그 속에 동질감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다른 방식으로 배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그녀가 퇴사를 하기 전까지 나에게 붙은 스파이 의심인물 꼬리표는 꽤나 오래갔고 사그라들만하면 스리슬쩍 다시 상기시켰다. 힘들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래도 나는 오래  그녀보다 더 회사 생활을 오래 했고 더 빠르게 올라갔다. 만약 내게 꼬리표가 없었다면 더 빨랐을 거고 내가 일을 그만두게 되는 시점은 적어도 더 미루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그녀는 이 회사에서 마주한 두 번째 빌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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