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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May 03. 2024

변수에 드러난 불편함

입 담꾼

 변수가 생긴다는 것이 나는 그리 반갑지는 않다. 무언가 틀어진다는 것은 예상범위를 벗어난다는 생각이 들기에 융통성이 그리 좋지 못한 나에게 불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어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순간을 학수고대하였는데 한 달 동안 고시원생활을 더 해야 했다. 매장 오픈을 하면서는 변수가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그중 어찌 보면 가장 평범한 것들 중 하나가 공사일정 딜레이다.


 딱히 내가 뭐를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그냥 마냥 기다림의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고민해야 하고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없다. 다만 붕떠버린 공백이 지루할 뿐이다. 더불어 이것이 가끔 연쇄작용으로 산더미로 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내게 주어진 시련은 그냥 기다림이다. 앞서 말한 에피소드에서 나의 출발선에서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일단 먼저 똥을 피해 다른 곳으로 왔더니 다른 형태의 오물이 여기에 있었다. 아주 지독한 향기고 음흉한 인간이었다. 다른 형태로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새싹이 자리 잡으려는 게 탐탐치않았는지 밞으려 하는 본 적은 없었지만 옛 동료가 텃세를 부리고 있었다.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항상 조직에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시련의 과정은 존재하는 것 같다.


 교육일정이 끝나고 딜레이 된 공백사이에서는 뭔가 긴장감이 풀렸다. 반복적이고 이제는 시스템에 익숙하며 그래도 꽤나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이런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당시 같이 고시원에 있던 동료들도 그러하였다. 모두다음  스테이지로 가고 싶었지만 멈춰있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어 보였었다. 그러니 사람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좁아진 시야에서 서로에 대한 궁금증이 크지 않았다.


 어떠한 사람이고 어떠한 일을 하였는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거기다 환경적인 거주 공간이 좁디좁은 고시원이었기에 더더욱이 그러하였다. 당시 서울에 상경한 인원은 총 9명이었다. 그중 3명은 이런저런 이유와 대체로 숙식을 해결할 공간이 있어 고시원이 아닌 곳에서 지냈다. 그래서 같이 지내는 멤버들끼리는 소통이 많았었다. 물론 나는 소극적인 성격에 나서지는 않는 스타 일라 듣고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했었다.



 대부분은 그리 모나지도 않고 평범하였다. 근데 한 명 만은 유독 말이 많았다. 유쾌하고 농담도 잘하고 분위기를 재미나게 이끌며 이야기를 주도하는 친구였다. 마냥 듣고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그를 통해 고시원 멤버들이 모였었다. 다들 지쳐있고 변경된 일정에 불만이 쌓여있음을 표출하며 대화를 하였다. 역시나 입담꾼이 주도하여 소통의 장이 마련되었다.


 대게는 비슷한 감정들이 오며 가며 동질감을 느꼈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묘하게 화살이 상황이 아닌 사람에게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에는 유별나게 말이 많은 친구의 의도에서 말이다.  처음은 지방에 오픈할 매장에 점장님이었다. 원색적인 비난을 하며 사람을 까기 시작하였다. 일머리가 없고 뭐 융통성이 보이지도 않고 그냥 답답한 인사라며 부정적인 말들을 토해냈다. 처음에는 다들 상황에 지쳐있고 변수에 화가 나 동조하였다.


 하지만 다음 턴을 지나면서부터 나는 입을 닫고 조금은 불쾌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고시원 자리에 없는 3명의 멤버들에 대한 욕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중 뭐 빌런이 있기는 하였지만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것은 한 여자 동료였다. 그녀는 작은 체구에 유독 몸이 약한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공황장애는 아니지만 약간의 그와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하지만 교육과정에서 배우려 하고 나서서 하려는 모습을 옆에서 보았다. 그래서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었다.


 하지만 그녀가 없는 대화자리에서 이어진 험담은 연약한 척 연기하고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 한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더불어 더 나가서 성별 간의 차별적인 모습을 하며 원색적인 형태의 편 가르기를 하려 하였다. 당시 고시원 멤버들 중 여자가 있었지만 주로 남자들끼리 모였었었다. 일부는 처음 눈치를 보다 맞장구를 치면서 이래서 여자는 안 된다는 거북한 말들이 나왔었다. 이 모든 빌드업에는 입담꾼의 계획이 보였었다.


 사실 제일 요령피고 제대로 된 상태로 교육에 임하지 않은 것은 그였었다. 재미나고 유쾌하고 그래도 말을 많이 하고 표현하는 친구라 그냥 묻고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이런 행태는 불쾌하였다. 이 자리에 내가 없다면 나도 저리 매도당하겠지 하며 덜컥 겁이 났다. 그러니 더더욱 이 자리의 소통의장이 유쾌하지 않아 지며 벗어나고 싶었다. 피곤하다면서 나는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섰다.



 그러고 이후부터는 이와 비슷한 대화가 일어날 것 같은 기미가 보이면 자리를 피하였다. 나의 의도를 느꼈는지 어느새 나는 소통의 자리에서 배재되었다. 자연스레 무지성 뒷담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참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내 맘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니 집이 더 그리워졌다. 그래도 시간은 차곡차곡 지나가 돌아가는 날이 찾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뻗어있어 잠들었다. 너무 지쳐있었다. 사람과 상황과 불안감에 말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 나는 포근하게 이불을 말아 깊은 잠이 들었다.


 여담으로 입 담꾼 친구의 에피소드가 많은데 역시나 끝이 좋지 않았다. 돈문제도 동료들과 얽히고 근태도 나빠 오픈 멤버 중 가장 먼저 하차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잠수를 타버려서 퇴직금 지급이 되지 못하자 겨우 찾아와 얼굴만 비추고 도망가듯 빠져나갔다. 10년간 여러 사람들을 동료와 고객으로 만났지만 참 독특하고 유별났던 친구 중 하나였다. 근데 다시는 마주 하고 싶지 않은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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