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장소라는 단어는 그렇다. 의도하지 않은 여운을 덕지덕지 붙이고 떠나가는 불청객. 그 불청객이 반가웠담ㆍ단순하고 일차원적인 나이기에 사람 사랑 공간에도 직진이고 변치 않는 편이다.
장소는 내게 따뜻한 위로도 설레는 추억을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쓰라린 눈물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장소의 조미료는 사람이다. 내 옆에 누가 있는가 누가 내 시선에 담겨있는가에 따라 장소에 기억은 왜곡되어 포장된다.
오늘 고단한 하루 속에 나의 머릿속을 위로해줄 장소는 거창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동내 편의점. 나는 그곳에서 깔라만시 소주 한 병과 얼음컵 한잔에 위로를 받는다.
사람도 사랑도 잃은 나에게 장소는 거추장스러운 것이고 무의미한 것이다. 20살의 젊은 날 상실의 끝에서 장소의 여운을 끝없이 갈망하던 나는 이제 없어졌다.
얼음컵에 담긴 알코울의 취기가 좋다. 핑 돌아가는 정신이 나의 슬픔을 이해해주고 들어주는 것 같다. 그 슬픔에는 사람도 사랑도 장소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고 있는 나의 지난날이 있다.
그리운 사람과 사랑이여 나는 그 여운을 간직한 공간을 꿈꾼다. 삶에서 여운을 잃지 않고 간직하며 살아가고 싶다. 나는 더 이상 장소를 잃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