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귐은 끝을 향한 여정이다. 삶의 처음 걸음마를 하듯 내닫는 당신을 향한 발길은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였다. 모든 감각이 마비가 되고 온전히 몰두되어 당신만을 바라보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그렇게 걸어간 나의 발걸음은 걷다 보니 이제는 돌아갈 자신이 없을 정도로 멀리 왔다.
뒤돌아본 길은 설렘의 흔적보다 막연하게 보지 못한 마지막을 상기시킨다. 나와 당신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불분명함은 나를 슬퍼지게 한다. 두렵다. 모르는 것 보지 못한 것이. 나는 또 비겁하게 이 여정을 피하려 한다.
공백이 아닌 마음이 찌꺼기가 남겨진 여백을 바라보며 나를 위로한다. 넌 슬픔을 느끼고 약한 존재기에 피할 수밖에 없다고. 도망자가 아니라고. 나의 여정은 그렇게 이제는 아픔의 출발이 되었다.
당신이 그립지만 당신을 선택하지 못한 나의 비겁함이 오늘 하루도 너무 부끄럽다. 나는 언제쯤 이 여정에 도망자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술은 달고 슬픔이 슬금슬금 기어오르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