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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Jun 28. 2024

세 번째 매장에 들어가다.

의미 없는 텃세

 미처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끝이라는 순간을 맞이하였다. 아마도 더 이상의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명분이 없다고 회사는 생각은 한 것 같다. 결국 결단이 내려졌고 어쩌다 보니 먼저 나는 다른 곳으로 발령받고 빠져나왔다. 이직을 하고 나서 세 번째 매장이었는데 이동은 여기서 끝이 날지 알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한 번이 남아있었다. 아무튼 새롭게 발령받은 매장은 회사에서 상당히 힘을 준 공간이었다.


 원래도 오픈 간 비용을 많이 사용했지만 특히 이곳은 가장 큰 금액이 들어갔다. 이에는 매장의 특수성이 한몫을 하였다. 무려 500평에 가까운 크기에 로스팅 커피로 인지도 있는 카페와 막걸리로 유명한 매장이 함께 붙어있는 구조였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스타일을 구현하고자 새로운 시도의 인테리어의 형태들이 배치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단순히 고객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이쁜 공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직원들이 일하기에는 너무 불편하고 실용적이지 못했다. 수리를 하기 위해서는 자체제작이 되어야고 그 또한 일부는 아예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에서 해당 매장에 대한 들어간 비용만큼 관심과 기대가 컸다. 그렇지만 역시나 성장은 더디었다. 내가 이곳으로 투입되기 시작한 시점에는 매출에 대한 고충이 많았던 시점이었다. 이전 매장도 결국 수익 때문에 끝을 맺어버렸는데 다시 온 것도 같은 딜레마에 고충을 겪어야 했다.


  새로운 공간이지만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다. 구성원으로 이미 자리 잡은 매니저들이 입사 동기들이면서 서울에서 함께 원룸에서 지내며 고생을 같이한 이들이었다. 내가 이곳으로 발령받고 왔을 때 살갑게 맞아주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녹아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변수는 항상 존재하듯 묘하게 꼬이는 상황이 일어났다. 일단은 기존에 있던 매장 보다 무려 3배 이상이나 컸고 중고서점에서 일한 모든 경험을 통틀어 이렇게 대규모 사이즈는 없었다.



 업무에 큰 차이는 없지만 공간의 이질감은 오류를 일으키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동안 하던 대로 일을 하였지만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는 틀리는 행동을 하였다. 맞춰가야 하는 것인데 이미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고쳐나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마음 한 편에 자존감이 떨어짐을 느꼈다. 그래도 중고서점 경험만으로 가장 베테랑급에 해당되는데 내가 제일 도움이 안 되는 인력처럼 보였다.


 더불어 어느 조직을 가도 새로운 인력이 들어오면 존재하는 텃세가 있었다. 친분과 서로 동고동락하면서 고생을 한 사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곳에서 그들보다 후에 들어온 후배인 것이다. 뭔가 우위를 잡고 나의 기를 잡으려 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그냥 수긍하고 받아들였지만 이게 확대되니 스태프들 까지 나를 무시하는 듯한 모습들이 일어났다.


 내가 지시하는 것들이나 업무들에 딴지를 걸고 제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자기들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그동안 매장은 이런 기조이다라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핑계를 되었다. 거의 한 달 이상은 투명인간 같이 나는 숨죽이며 살았다. 파악을 하고 텃세에 견디기 위한 대비를 하였다. 일단 그들의 말들을 따르는 척 들어주었다. 텃세에 맞추어 맞대응하여 강성으로 나가보았자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정보가 취약했다. 묵묵히 지켜보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순종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에 그들은 만족스러웠는지 적어도 밀어내는 일을 없었다. 움츠리고 때가 되었다 싶을 때 나는 이빨을 드러내었다. 내가 파악한 것들에 대하여 생각들과 의견을 내었다. 반기가 있었지만 팩트가 기반이 되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매출의 압박에 항상 새로운 변화에 목말라 있었기에 논쟁은 피곤함을 일으키는 행도이었다.


 적어도 맹한 이등병일 때는 쥐락펴락했지만 인제 상황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매장에 녹아들어 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곳을 가도 고충들은 같고 의미 없는 텃세 놀이는 반복되는구나 어쩔 수 없는 거는구나라면 한숨이 나왔다. 위에서는 쪼아 들어오고 밑에서는 이런 텃세놀이를 하니 참 중간관리자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나라 생각하였다. 아마도 나의 험난한은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처럼 반복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적어도 다음챕터의 난이도가 덜하기를 기도하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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