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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Jun 07. 2024

부끄러움에 대하여

물음표에서 느낌표

 난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기에 삶에서 고달픈 시간들이 꽤나 많았다.  사회는 자신을 감추고 들키지 않아야 한다. 물리고 물리는 관계의 망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하는 상황이 다반사이다. 그래서 들키지 않으려 나를 포장하여 없는 것을 있는 척하는 연기를 하며 살아가는 시간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성이 부끄럼움이 없는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자로서 나의부러운 시선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10년을 가까운 시간 동안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었다. 아무래도 대면을 하는 것이 주요한 업무인지라 다양한 부류들을 마주한 시간들이 많았다. 때로는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보기도 하였고 상당히 다른 성향의 사람들도 만나보았다. 그중 나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겨진 한 명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로 인해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를 만난 시점은 내가 경쟁사에서 입사하고 교육을 받으러 서울로 갔을 때이다. 당시 인원들이 많아 매장을 두 곳으로 팀을 나누었는데 서로 다른 곳이었다. 그래서 교육이 끝나고 매장오픈 할 시점에도 그리 가깝게 친해지지는 않았다. 물론 친분이 두터워질 계기는 여러 번 있었지만 뭔지 모르게 이질적인 그의 모습에 낯선 것에 대한 나의 방어기제가 작동되어 적정거리를 두엇 던 것 같다.


 지방의 첫 매장을 오픈하고 회사의 계획은 그해 연달아 하반기 또 다른 공간에 오픈을 추가로 하는 것을 짜두고 있었다. 그래서 또 그와 나는 공교롭게 잔류파와 이동파로 갈라지게 되었다. 근데 변수가 생긴 것이다. 공교롭게 두 번째 매장을 준비하는 과정이 공사 스케일이 크기도 했고 여러 사건들이 겹치면서 일정이 밀리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괜찮은 매물의 공간을 발견하게 되었고 붕떠버린 시간에 추진력 있게 오픈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나는 잔류파에서 차기 매장의 이동파로 정해진 것이다.


  갑작스럽게 변경된 것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좋지 못한 것들이 나를 몰아세웠고 여자 동료를 이성으로 생각했던 이에게 나는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오픈을 준비하는 것이 번거롭고 힘들지만 그래도 시작을 처음부터 했다는 것은 이점이 있다. 원년 멤버라는 입지도 있고 운영의 틀에 있어 생각이나 의견들이 첨언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말이다.



 첫 매장을 오픈하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나는 차기 오픈 공간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다시 한번 수고로운 과정을 반복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3번째 매장을 오픈할 인원들도 붕떠버린 공백이 있기에 같이 이동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일사천리로 계획이 진행되는 것이기에 상당히 타이트하게 일정이 짜였다. 같은 것을 반복하기에 익숙함이 들어 힘듦이 덜할 줄 알았는데 더 배가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짜증도 많이 생겨났고 예민함도 늘어났다. 일정이 촉박해진 시점에서는 연장을 하면서 야간까지 철야작업을 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근데 이 시점에서 나는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끼게 되었던 사건이 하나 터졌다. 서점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이 대게는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이지 오히려 진저리를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래도 소수는 즐기는데 이들에게 서점은 상당히 호감이 넘쳐나는 직장이다.


 그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였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독서를 많이 하는 자신을 뽐내고 싶고 지식이 방대하다는 것을 들어내고 싶어 하는 분류 었다. 그래서 말이 너무 많았었다. 거기다 목소리 통도 방대해서 옆에서 있으면 피로감이 더했다. 하지만 나보다 연장자였기에 왠지 대놓고 이야기를 하지 못하였다. 물론 나의 성격상 그렇게 할 수 도 없는 부분도 있었다.


 그는 인문한 도서를 많이 읽는다 하였고 거기서 얻는 자신만의 개똥철학을 설파하는 것을 즐겼다. 가끔은 어 저것 아닌데 내가 알기로는 저런 의미가 아닌데 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에게는 부끄러움이 없었다. 당당하게 큰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었다. 한 번은 무심코 나온 반대의 반응에 한참을 붙잡혀 시달린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이 거리의 선을 적절히 두며 멀리하고자 하였다.



 어느새 시간은 지나 오픈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다들 일정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그는 그렇지 못하였다. 박스에 담긴 책들을 서가에 진열하며 자신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책이면 남들이 보지 않는 구석에서 읽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나뿐만 아니라 여러 동료들에게 목격되면 핀잔을 듣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진열 세팅은 끝이 났고 이 시점부터는 시스템이나 교육 그리고 청소를 하는 마무리 담글 질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연장은 더 이상 잦아들었고 야근도 없어졌다.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에서 다들 약간의 긴장감은 풀려났다. 짜증과 예민도 줄어들고 해냈다는 성취감이 컸기에 표정들도 유해졌다. 그날도 함께 퇴근하며 나가는 시점에 갑자기 도난방지기에서  소리가 났다. 오작동인줄 알고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그가 자신 때문인 것 같다고 고백을 하였다.


 그의 가방에 담긴 책이 바로 매장의 도서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들 반응이 황당했다. 본인은 읽고 다시 매장에 돌려놓으려고 했으며 오픈전이니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였다. 그의  얼굴에서 이 상황이 부끄럽거나 당황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당당해 보였다. 그것이 더 할 말을 없게 만들었고 다시 가져다 놓는다며 사무실로 들어간 모습에 경악이 가시지 않았다.


 당시 웬만한 것에는 뭐라 하지 않는 점장님도 그 모습을 보고 크게 한 소리를 하였지만 받아들이는 이는 크게 별 해프닝이 아닌 것 같이 생각했다. 나는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 과연 좋은 것 일까라는 것에 대해 반문하게 되었다. 용기와 자신감이 아닌 오히려 선을 넘는 염치가 없어지는 것이  행해지는 것을 목격을 했기 떄문다.


 그리고 이 사건이 지나고 얼마뒤  일어난 일은 한번 더 나를 충격에 빠뜨리게 만들었다. 오픈을 하고 순조롭게 이상 없이 매장이 진행되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 매출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래도 평화로웠고 사건 사고들이 거의 없었다. 근데 갑자기 뒤숭숭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매장 직원 중 일부가 비회원 고객이 버린 영수증을 통해 적립금을 편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간 큰 이가 이런 행동을 하지 하며 호기심과 함께 설마 아니겠지 잘못된 착각의 오보겠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하지만 꼭 안 좋은 소식은 현실화되는 것이 운명인 것 같다. 사실로 적발되고 2명이 실체가 나왔다. 그 속에 바로 그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점장님은 사건의 확대보다는 강력한 경고를 통해 갱생을 시키고 싶은 마음이 커서 본인의 직권으로 경위서를 받는 정도로 마무리하였다. 직원들에게는 해당 내용을 쉬쉬하며 감췄지만 이미 모두에게 퍼졌다. 우연히 일을 하다 그가 점장님에게 쓴 사과편지를 보았다.


 물론 펼쳐보면 안 되었지만 욕구를 참지 못하고 열어보았다. 정독을 하고 나서 나는 부끄러움을 알고 가진 나 자신이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고객이 그렇게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자신은 몇 번 하지 않았고 그 외에는 자신이 부끄러움짓을 한 적이 없다는 변명의 호소문이었다. 참 한결같이 캐릭터를 들어내는 그를 보면서 혀가 절로 차졌다. 이후 시간이 지나 다들 기억에서 잊혀갔지만 그 뒤로도 참 부끄러움이 없는 행동이 반복되어서 골칫거리 인사가 되었다. 결국 중도에 퇴사를 하였지만 그래도 꽤나 오래 다닌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쉬고 있으면서 나는 운동을 하는 시간들이 하루의 비중에서 크다. 헬스장에 가서 러닝머신을 뛰고 사이클을 타고 기구를 통해 무게를 친다. 운동이 끝나면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요즘따라 거슬리는 것들이 늘어났다.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기구를 차지하고 한참을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들 다 같이 있는 공용 사이클장에서 이어폰을 끼지 않고 스피커로 유튜브를 보는 이들 그리고 가장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사우나장에서 헤어드라이기로 은밀한 신체부위를 꼼꼼히 말리는 사람이다.


 엄연히 돈을 지불하고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인데 그들은 선을 지키지 않는 것 같다. 불쾌함을 주지 않는 선에서 다른 이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기준에서 이용해야 하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개인의 사유물로 생각하여 사용한다. 심지어는 사우나실에 앉는 공간을 대자로 누워 인원이 늘어나도 비켜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이런 부끄러움이 없는 분류가 어린아이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작은 것들에서 더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소심하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이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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