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두를 좋아한다. 이 음식의 매력은 입안에서 육즙이 꽤나 오랫동안 머물며 유쾌함을 준다는 것이다. 쪄서도 먹고 튀겨서도 먹어도 한결 같이 입안의 즐거움이 있다는 것도 참 좋다. 생각보다 넋 놓고 있으면 빠른 속도로 접시가 비워지기에 절대 젓가락 짓을 멈추는 방심을 하면 안 된다.
중국집 음식은 내 삶에 군데군데 함께했었다. 지금이야 배달의 선택지가 넘쳐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여도 중국집 , 치킨집, 피자집 등 소수의 폭밖에 없다. 그리고 그중 세대를 불문하고 무난하고 다툼 없는 주문에는 중국집이 제일이었다.
각각의 메뉴가 그리 부담이 되는 가격은 아니다. 그리고 기름기가 있는 음식들이 꽤나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킨다. 이러한 이점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선택에 고민의 순간을 줄여 준다.
대중적인 매력 때문지 내 기억 속에 기념의 순간에도 중국음식들이 즐비해있었다. 첫 자취 이삿날, 입학식, 졸업식그때 먹었던 짜장면, 탕수육, 군만두가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내가 만두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애매함 때문이다. 중국집 음식 중에서 맛의 상위권에 탕수욕은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시켜서 먹고 싶지만 약간의 망설여지는 부담의 무게가 있다. 메뉴판에서 가격에 거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사리 주문하지 못했다. 아쉬운 대로 중간쯤 애매하게 위치한 군만두를 시킨다.
탕수욕에 대한 아쉬움이 한입으로 단번에 흩날라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몇 개의 만두가 입안에 오물거리면 그냥 온전히 그것에 집중하게 된다.
이 음식의 애매함은 하나 더 있다. 중국집 주문을 하면 쿠폰을 주었다. 드래곤볼처럼 10개를 모으면 탕수육이라는 소원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내의 끈기가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 중간에 멈춰지고 그곳에서 만나는 것이 군만두이다. 나 또한 어김없이 꼭대기가 아닌 중도하차였다.
나는 이 애매함에 중독돼서 어느새 탕수육보다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만두를 먹으러 외출을 하고 있다. 대구 3대 만두 맛집이라는 곳인데 집돌이인 나는 이 음식점이 집 근처라는 것을 2년 동안 몰랐었다. 자주자주 외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코로나라는 단어가 맥을 끊어버렸다. 좋아지는 날 집 근처 맛집 투어를 해야겠다.
노래 한곡 반 정도를 들으니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가게 외관에는 since 1972라고 적혀있었다. 40년가량의 시간 치고는 세월의 때가 많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글을 쓰기 전 정리를 하려 검색해서 보니 한번 이전을 한 기록이 있었다.
문을 열고 조심스레 구석자리를 찾아 앉았다. 혼자의 외로움을 들키고 싶지 않기도 했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음식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만두 전문점이다 보니 메뉴판에서 선택 장애가 찾아왔다. 결단의 회로가 버벅거릴 때 내게 이 가게를 추천한 지인의 말이 떠올라졌다. 태산 만두의 시그니쳐 메뉴는 비빔만두이니 꼭 먹어보라는 말.
잊고 있지 않은 내가 갑자기 대견스러워지며 흐뭇했다. 비빔만두만 시키면 모자라지는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새콤함을 오늘의 선택으로 했으니 쫄면을 같이 주문하자 하며 종업원을 불러 주문하였다.
침샘이 고이고 허기짐이 시작되었다. 이 기다림은 참 아이러니하다. 설레면서 고통스럽다 그렇지만 실망스럽지는 않지 두서없는 생각의 전개를 펼친다. 이윽고 나온 음식들이 빛깔 좋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먼저 쫄면부터 야채 사이에 숨겨진 양념장을 찾아 젓가락으로 분산시켰다. 새빨간 색으로 도배될 때쯤 나는 시선을 만두로 돌렸다.
옹기종기 붙어있는 만두피를 먼저 조심스럽게 해체하였다. 그리고 서툰 젓가락질을 하며 집어 든 만두 위에 접시 한 편에 덩그러니 놓인 비빔 야채를 올려 한입 베어 먹었다. 바사삭 소리가 귓가에 울리며 입안에 육즙이 퍼졌다. 갑자기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맛있고 즐겁고 행복하고 감정의 버무려짐이 표출된 것이다.
비빔 야채를 올리지 않고 먹고 싶어 졌다. 간장을 살짝 붓고 식초 몇 방울에 고추 가루을 두 스푼 넣어 양녕장을 만들었다. 다시 젓가락을 잡고 만두를 찍어서 먹어보았다. 역시나 맛있다. 비빔 야채 한번 양념장 한번 번갈아 가는 재미를 즐겼다.
만두에만 너무 집중했던 나머지 같이 나온 쫄면은 첫 젓 가라질 이후부터는 소외되고 있었다. 순간 과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빔만두로 충분했는데 오판이었다. 뱃속의 허기짐이 사그라지고 포만감으로 변질되어 젓가락이 멈춰졌다.
한숨을 돌리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주변을 둘러보았다.여기저기에서 바사삭 소리가 들린다. 다들 겉과 속이 다른 만두에 몰입되어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물 한잔을 먹고 다시 저들과 같이 집중을 하였다.
빽빽이 뱃속의 공간이 다 차 버리고 나서야 테이블을 빠져나왔다. 계산을 하고 나니 주변에 같이 바사삭으로 협주를 하던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만두에 너무 몰입하여 홀로 남은 것을 몰랐던 사실이 살짝 무안했다. 가게 밖을 나와 마주하는 햇살이 따사롭다. 걸으며 소화도 시키고 싶고 온기도 느끼고 싶었다.
만두의 애매함은 나와 비슷하다. 어느 것 하나 특출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모자란 것도 없다. 그래서 최선책은 아니지만 차선책 차차 선책이 된다. 어릴 적 그것이 꽤나 싫었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무난하게 물 흐른 듯 녹아들고 어울리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왔었다.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버려지지 않는 나는 이 애매한 내가 좋다. 기분 즐거운 식사였다. 다음번에는 다른 메뉴도 먹으러 오리라 다짐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