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라는 것을 겪어가며 커피와 가까워졌다. 어릴 적 새까만 물을 먹는다는 것이 충격적이었고 그것을 돈을 주고 사 먹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나를 부정하며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있다.
목을 타고 내려가며 느껴지는 썩 유쾌하지 않은 이 쓴맛에 집중하다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이 주는 시련의 맛이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 그것을 삼켜버리면 뭔지 모를 위로감이 든다.
요즘 들어 커피를 더 자주 먹었다. 업무적으로 집중하고 신경 쓸 것들이 쌓일수록 책상 위에 쌓여간 커피잔들은 늘어났다. 오늘도 자연스레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고 마시며 하루의 시작을 하려 했다.
근데 한 모금의 쓰라림에 뱃속의 허기짐이 반응을 하였고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려 다시 커피를 마셨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공허함에 휴대폰을 보며 저장해둔 리스트를 보았다.
허기와 마주 하기 위해 정리해둔 비상연락망 같은 메모장들 속에 나는 하나를 골랐다. 얼마 전 방문을 하였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임시휴무였던 카페 오늘은 그곳을 가야겠다. 도전의식과 허기짐은 발걸음의 속도를 가속시켰다.
평소 나의 유유자적 발걸음을 아는 이들이라면 아마 꽤나 놀랐고 웃긴 모습이라 했을 것이다. 도착한 가게 앞에서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기분이 좋아지면서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내가 이곳을 저장해둔 이유가 상기되었다. 소금 빵. 내게 생소했던 빵 종류이며 그것을 맛보기 위해 도보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가게였다.
나는 따끈한 소금빵을 주문하고 그 따끈한 온기와 맛깔스러운 냄새를 느끼며 가게를 나왔다. 코끝과 혀끝은 어떤 맛일지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가득하였다. 하지만 사무실에 와서야 의문을 풀었다. 한입을 베어 물고 느껴지는 맛에 집중했다.
단짠 단짠의 조화가 이리도 완벽할 수 있을까 감탄의 웃음이 나왔다. 커피와의 조합도 느껴보고 싶었다. 한 모금을 마시고 한입 베어 물고 재미나다. 오늘 하루의 시작에 다가온 허기가 생각지 못한 즐거움의 계기가 되었다.
적당히 기름을 채운 차는 인제 달릴 준비를 한다. 열심히 달려 퇴근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또 잘 버티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