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쳐버린 것들을 꺼낼 때 마음은 묘하게 반응한다. 잡아서 펼쳐보고 싶은 기대감과 혹여나 표출될 실망감에 망설임이 공존한다. 오늘 문득 나에게 다가온 SNS 속 사진이 그렇게 고민의 시간을 주었다.
예전 서울에서 출장 오신 과장님과 점심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상급자와의 식사는 메뉴도 중요하지만 거리도 그에 못지않게 신경 써야 한다. 나는 인근의 무난한 중국집을 추천하였지만 반응은 예상치 못하게 차가웠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꺼낸 음식이 콩국이었다.
중국식 아침식사로 먹는 것을 어느 매체에서 접하시고 음식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고 했다.그리고 호기심에 검색해보니 대구에 꽤나 유명한 콩국 전문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출장을 계기로 접해보리라 다짐을 하였고 그렇게 콩국이 점심 메뉴로 정해졌다.
휴대폰 지도를 보고 걸어간 가게 앞은 영업을 안 하는 건지 이전을 한 건지 덩그러니 문만 잠겨져 있었다. 과장님의 아쉬움이 표출되었고 결국 발길을 돌려 인근에 중국집을 가게 되었다. 이후 내게 콩국의 기억은 한동안 구석에 무심하게 방치되었다.
잊고 있었던 것이 오늘 이렇게 꺼내진 것은 SNS 속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대구의 명물 속 든든해지는 콩국 먹자라는 문구가 흐릿해진 기억을 상기시켰다. 머릿속이 맛의 대한 궁금함과 입이 짧은 식성에 되려 실망감이 오지 않을까라는 걱정으로 뒤죽박죽 엉켰다.
결국 저울의 추는 요동치다 결국 펼쳐보자라로 기울었다. 목적지가 정해진 나의 발걸음이 경쾌하게 빨라졌다. 20분가량 걸어서 목적지로 도착했다. SINC 1982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30년가량 영업한 가게 치고는 외관이 너무 깔끔했다. 세월에 때가 묻어있는 노포가 주는 첫인상의 가산점이 많은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문을 열고 한편에 자리 잡고 콩국을 주문하였다. 4.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이득을 보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토스트를 추가 주문하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점심때가 겹쳐져서 그런지 빈자리가 없이 가득 차 져 있었다.
이리저리 가게를 둘러보고 옆 테이블을 구경하다 어느새 주문했던 콩국과 토스트가 나왔다. 음식이 나와서야 식탁 구석에 설탕과 소금 이 놓여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들은 나를 선택을 하여라 하는 듯이 추파를 던져되었다. 짜다 보다는 달다는 표현이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설탕 두 스푼을 콩국에 넣었다.
콩 국위에 건더기들을 한 숟가락 떠서 입으로 넣었다. 쫀득한 식감이 느껴지며 국물의 고소함이 배어져서 새로웠다. 인절미 같기도 꽈배기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더기들에 숟가락질이 빨라졌다.
그릇이 하얀 바닥을 보일 때쯤 고소함이 뱃속을 가득 채워 든든함을 주었다. 콩국을 먹고 나서 토스트를 한입 베어 먹었다. 익숙한 맛이다. 집에서 부모님이 해주신 토스트 같음이 정겹고 반가웠다.
계산을 가게를 나올 때 외관에서 마주했던 첫인상과 달리 꽤나 만족스러웠다. 가끔은 나를 지나쳐버린 것을 꺼내보아 펼쳐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즐거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언젠가 과장님과 이곳을 같이 방문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