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다

부산 여행기 1부

by 김군
여행이란... 순대짬뽕 맛나다.


어릴 적 여행이란 것이 꽤나 거창하게 느껴졌었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큰 마음을 먹고 움직여하는 것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 여겼다. 하지만 서른 즈음부터는 내 삶에 흠집들 사이로 유하고 덮어버리자 해서 과감하게 떠나본 적이 있다.


해외로도 가까운 근교로 떠났다. 여전히 무겁지만 그 발걸음의 한 발의 다음 예고편이 기대되고 설렜다. 그리움의 흔적을 찾아 나는 짐을 싸 보았다. 처음 시작에는 잡다구리 한 것들을 덕지덕지 담아 부피가 큰 짐짝을 들고 떠났었다. 하지만 이제는 심플하다. 양말, 각종 충전기들, 보조배터리, 아이패드, 즉석카메라, 티셔츠 하나가 끝이다.


뭐 세면도구야 숙소 가면 있고 내게 필요한 것들은 지금 가방에 담긴 것으로 충분하다. 백팩 하나를 메고 발길을 뗀 곳은 추억의 공간이었다. 고향을 떠나 첫 타향살이를 한 곳 이자 많은 좋은 인연들을 소개 해준 곳이다. 부산이라는 버스표에 표시된 종착지에 미소가 지어졌다.


차장 밖으로 풍경들이 휙 휙 지나쳐서 사라질 때면 그동안의 마음의 상처들도 조금씩 씻겨져 간다. 종착역에 내려 귀에 에어 팟을 꽂고 노래를 튼다. 멜론 플레이 리스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에픽하이의 술 이달 다라는 곡이 나왔다. 센티함이 몰려오며 오늘 밤은 술이 고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고 바다가 좋아졌다. 어릴 적 수석을 취미로 하시는 아버지를 따라 바닷가를 간 적이 많았다. 짠내가 주는 거북함이 싫었고 넓디넓은 지평선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어지러워 싫었다. 하지만 강산이 변하면 많은 것들이 변하듯 그냥 바다가 좋아졌다.


나는 부산 버스터미널에서 바다를 보기 위해 목적지를 검색하였다. 이버 지도를 통해 검색하고 대략 도착시간을 계산해보았다. 숙소 체크인에 시간이 남는다. 허기가 졌다.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겠지 하며 맛집 리스트들을 보았다. SNS상에 일목요연하게 나열된 목록들이 오히려 선택에 어려움을 주었다.


그냥 지금 내게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자 마음을 먹었다. 수제 순대 짬뽕 맛집이라 특이하다. 이제껏 순대는 분식이나 국밥에서만 맛보았는데 짬뽕이라니 궁금했다. 가게 문 앞은 힙하였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구나라는 것을 키오스코를 보고 알게 되었다. 주문은 선불이었고 일단 순대 짬뽕을 눌렀다. 그리고 점심에 먹는 꿀맛 같은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나 같이 주문하였다.


점심때가 지나서 손님은 나를 제외하고 없었다. 전세를 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꽤나 좋았다. 시작이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만족스럽다. 착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빨간 국물에 순대가 퐁당 담긴 짬뽕이 나왔다. 그리고 테라 병맥주가 나왔고 직원이 병따개로 따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단 국물 한 모금을 먹었다. 와 라는 탄성이 나오면서 젓가락질을 하며 면치기를 했다. 아 잠깐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지 그래 시원한 맥주. 주저 없이 따른 컵 안에 새하얀 거품이 황금 비율로 채워지고 잔을 들어 들이켰다. 목을 꿀떡꿀떡 넘어가는 이 청하함 이래서 맥주를 마시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릇에 코를 박을 정도로 집중해서 먹다 보니 바닥이 스물스물 보였다. 모든 이별은 아쉽듯 짬뽕과의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왔다. 사이드 메뉴를 더 시킬까 하다 아쉬울 때 작별하는 것이 더 기억에 남기에 시뻘게진 입술을 휴지로 훔쳤다. 이 포만감이 주는 기분 좋은 때문에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거지 하며 빵빵해진 배를 보고 한숨을 내뱉었다.


주섬 주섬 가방을 메고 다음 행선지인 해운대로 향했다.


-2부에서 계속


* 상호명- 구관

* 주소-부산 부산진구 양지로5번길 14 1층칠국관

* 대짬뽕 9.000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