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의 기지개에는 반려묘 봄이의 칭얼거림이 울린다. 흩날리는 시간의 무게를 붙잡기에는 너무나 가볍다. 그럼에도 지나치기는 아쉬움이 든다. 무엇이라도 해야 된다는 의무감이 든다. 결국 나는 그동안 구매했던 책들을 뒤적뒤적거린다. 문장의 기억들의 귓가를 속삭임에 집중해본다. 한 장 한 장의 넘김에 이야기에 몰입되어 어느새 절반 이상에 도달하였다.
끝을 보자 시작한 것이 아니기도 하였고 맛난 것을 아껴먹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찾아왔다. 책장을 덮고 손에 휴대폰을 잡아본다. 액정 화면의 불빛 사이로 유튜브 앱을 켜본다. 참 편한 세상이다. 적절히 필요한 정보의 영상들이 알고리즘화 되어 나열되어있다. 그중 나에 간택을 받은 것은 요리 카테고리였다. 출출함이 삶의 활력을 불어 일으킨다. 먹고 싶다는 허기짐은 입맛을 다시며 자체적인 메뉴판을 만든다.
적당히 쌓인 리스트들 중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본다. 결국 오늘 선택된 레시피는 쏘야 볶음이다. 비엔나소시지 달짝지근한 맛의 아련함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웠고 다시 오랜만에 조우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시원한 캔맥주 쏘야을 꼭 먹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냉장고에 남겨진 소시지와 파를 먼저 꺼내본다. 아 양파와 당근이 없다. 거기다 중요한 메인인 케첩이 유통기한을 지났다. 고독은 많은 것들이 남겨짐에 찾아온다. 미처 제때 먹지 못한 쓸쓸함에 용도 폐기되어야 함이 씁쓸하다. 마트를 가야 될 것 같다. 주섬 주섬 널브러진 옷가지 더미 속에 지갑과 카드를 찾아본다. 음 카드가 어디 있지 보이지 않는다.
항상 필요로 할 때 숨바꼭질을 한다. 애간장을 태우며 괴롭히는 도망친 현대카드를 찾는다. 바지 주머니 잠바 주머니를 뒤적거리지만 보이지 않는다. 땀이 난다 혹시 분실했다면 또 재발행해야 하고 그럼 기타 등록된 정보들을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두렵다. 정적의 시간들 사이에 결국 가방 안에서 카드를 찾았다. 안도와 함께 꺾인 의욕은 목적지를 변경하게 만들었다.
마트 가서 사서 재료 사더라도 저 케첩처럼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진라면 한 봉지를 잡고 뜯었다. 냄비에 물을 익숙한 감으로 붓고 끓인다. 몽글몽글 기포들의 열기가 올라온다. 그 사이 고기 가위로 꺼내 둔 파를 듬성듬성 자른다. 그리고 수프와 함께 뜨거운 온탕으로 투하하였다. 새빨간 세상으로 뒤덮이며 코끝에 매콤한이 전달된다.
열기의 구름이 얼굴을 스치며 다가올 때 면을 넣었다. 덩그러니 버려진 비엔나소시지에 눈길이 갔다. 다시 냉장고 한 구석에 처박혀 지기 싫다며 똬리를 뜬 덩어리들을 냄비에 넣어버렸다. 익숙한 맛의 향기가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오답이 없는 맛에 화룡정점을 찍자 계란 하나를 깨트려 투하했다.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가스불을 끄고 그릇에 담았다. 완성품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잘 진열해두고 얼마 전 본가에서 받아온 파 감치를 가지고 왔다. 반찬 뚜껑을 열고 김이 가득한 라면 그릇 사이에 젓가락질을 해서 후후 불어 열기를 식혔다. 후루룩 언제 들어도 경쾌한 소리이다. 맛있게 익은 파김치를 얹어 다시 맛의 즐거움운 느껴본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젓가락의 공연들 사이에 어느새 그릇의 바닥이 보인다.
포만감에 잊고 있던 시간의 흔적은 꽤나 흘러 가있었다. 어둑어둑한 밤의 그림자가 어느새 방 안으로 들어왔다. 적막하고 고요한 방안이 외로움의 아우성을 친다. 저물어가는 휴일의 아쉬움과 케케묵은 고독의 떼를 설거지를 하며 씻어낸다. 다음 휴무 때는 쏘야를 해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