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면은 엄마를 아주 많이 닮았고 내면은 아빠를 아주 많이 닮았다. 나는 엄마아빠딸이 확실하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아빠의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게 보인다.
우리 아빠는 좋은 사람인 동시에 까다로운 사람이다. 한마디로 예민한 사람. 우선 입맛이 아주 평이하지 못하다. 집밥만 좋아하고 추억의 맛만 좋아하는, 엄마를 아주 힘들게 하는 사람.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은 외식을 자주 하는 집이 아니었다. 덕분에 나는 다양한 음식을 밖에서 접하는 일이 드물어 나의 미식로드는 스무 살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아빠는 달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 신선하지 못한 음식을 정말 싫어하고 엄마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리를 아주 잘한다. 그래서 아빠는 집에서 먹는 밥을 사랑한다. 집에서는 맛있으면 고봉으로 두 공기도 먹으면서 밖에서 먹으면 한 공기의 절반도 먹지 않아 엄마 속을 뒤집어 놓는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다네 짜네 어쩌고 저쩌고. 혼날 행동을 골라하니 엄마는 아빠가 밥을 먹고 한마디만 뱉으려고 해도 이제는 받아주지도 않는다. 아빠는 좀 심한 편이고 나는 바깥음식도 아주 잘 먹는데 확실히 단맛은 점점 싫어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미래의 내 모습이 아빠일까? 아니야 난 저 정도는 아니다.
아빠는 흥이 많다. 나의 음주가무 기질은 다 아빠 때문이다. 아빠는 사람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고 노래를 사랑한다. 젊은 날엔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게 일상이었다던데 엄마가 그 모습에 반했다던데 나는 못 봐서 아쉽다. 근데 내가 그걸 그대로 닮아서 나는 운전할 때는 무조건이고 이동할 때도 심심할 때도 즐거울 때도 슬플 때도 늘 노래를 듣는다. 듣는 것뿐만 아니라 부르는 것도 좋아해서 혼자 노래방 가는 것도 즐긴다.
주량이나 숙취도 아빠와 거의 비슷하다. 다만, 아빠는 반주를 좋아하고 사회생활의 고단함을 술로 풀었다면, 나는 반주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술로 푸는 스타일은 아니다. 나는 진짜 힘들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 솔직히 전혀 술이 생각나지 않았는데 요즘 자꾸 스트레스 받으면 술이 마시고 싶다. 왜일까 글을 쓰는 지금 생각해 봤는데 재밌어서 인 거 같다. 아무튼 필름 절대 안 끊기고 남들 앞에서 안 취한 척 잘하니깐 괜찮다.
아빠는 운동도 아주 잘한다. 축구를 엄청 잘하셨다. 운동신경이 좋아서 웬만한 운동은 다 기본이상 하신다. 근데 과해서 문제다. 과하다 보니 부상이 종종 있어 엄마 속을 자주 뒤집어놓았다. 나도 운동을 잘한다. 초등학생 때는 육상선수였고 대학생땐 자전거 동아리에 들어가 대회에서 입상도 했다. 요가를 좋아해 깊어지다 보니 롯데백화점에서 몇 년 동안 요가와 필라테스를 가르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영심판자격증(경영3급)도 취득했다. 웬만한 운동은 다 기본 이상 하는 거 같다. 안 배워서 못하는 건 있어도 배워서 못하는 건 없는 듯? (이렇게 나열하니 내 자랑을 엄청 한 느낌이네)
아무튼 내가 예민한 건 다 아빠 때문이다. 그러니 어쩌겠어 책임져야지. 어렸을 땐 엄마가 열심히 키워줬으니 이제는 울 아빠가 나를 평생 책임져야 한다.
일출 32분 전. 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