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Thursday, a new word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1월의 페이지를 넘기기 며칠 전, 코끝 시린 겨울의 차가움이 우리 집을 잠식한 듯 집안의 공기가 얼어버렸다. 들숨과 날숨이 뒤엉켜 따뜻한 숨결이 공존했던 공간에 작은 온기가 사라졌다.
이 온기의 시작은 2022년 봄
눈송이를 닮은 쪼꼬미 햄스터가 우리 집에 오게 되었고 거실 한 켠을 떡하니 차지하며 가족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하얀 눈송이 같기도 찹쌀떡 같기도 한 아이의 이름을 고민하다 어린 시절, 마산앞바다 근처 시장에서 아빠가 한 번씩 사온 찹쌀떡을 모찌라고 불렀던 게 생각나 모찌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순둥이인 데다가 나를 잘 따라 그렇게 겁 많다는 햄스터인데 부르면 얼굴을 쏙 내밀고 밖에서 잠도 잘 자고 돌아다니기도 잘해 어찌나 귀엽던지. 먹기도 잘 먹어 애칭으로 우리돼지라 놀리며 해바라기씨를 간식으로 주곤 했다.
드워프햄스터 중 윈터화이트종은 태어난 지 2개월까지는 성장기, 그 이후 성숙기를 맞이하고 12개월부터는 노년기가 된다. 평균 수명은 1.5년에서 2.5년. 모찌는 윈터화이트였다. 2년이 지난 작년부터 모찌는 밖을 잘 돌아다니지 않았고 털이 푸석푸석해져 갔고 먹이통의 먹이도 잘 줄어들지 않았다. 검색창에서 보여주는 노년기에 대한 글자 그대로 모찌는 변해갔다.
문 앞에 성큼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지만 나를 둘러싼 여러 일들에 치이다 보니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모찌는 당연함이 되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여준 모찌는 털이 많이 빠져 푸석푸석해진 사이로 살짝 굽은 등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음식이라도 잘 먹여보려 나름 노력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입에 달고 사는 초보집사의 능력은 한 없이 부족했고 그렇게 우리 집에서 2년 9개월, 약 1000일의 시간 동안 들숨과 날숨을 공유하던 모찌는 해씨별에 갔다.
저릿한 슬픔 뒤로 내 일상은 챗바퀴처럼 여전히 잘 굴러갔고 울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주말, 배달시킨 음식이 잘못된 건지 저녁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오한에 근육통에 전형적인 식중독 증상을 보이며 며칠을 끙끙 앓았다.
입맛을 잃어본 역사가 손에 꼽는 나인데 밥 몇 숟가락조차 힘들어 억지로 한 두 모금 삼켜내다 포기하고 침대에 힘 없이 누워있는 내 모습 위로 채워져 있는 먹이통 너머로 가쁜 숨을 내쉬던 모찌가 오버랩되며 그 작은 몸으로 마지막을 맞이하기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지가 짐작돼 미안함이 몰려왔다.
아직은 이 슬픔이 먹먹해 글을 쓰는 지금 눈물이 난다. 여느 날처럼 나는 밝고 씩씩하게 내 하루를 잘 채워내고 있지만 사람이 되었든 동물이 되었든 사랑하는 누군가를 내 일상에서 떠나보내는 건 많이 아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