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에 기대어 : 11. 향기

Every Thursday, a new word

by Hee


향기 香氣
꽃, 향, 향수 따위에서 나는 좋은 냄새.

냄새
1.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

2. 어떤 사물이나 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이나 낌새.


향기는 나를 그 순간으로 끌어당긴다.


노출은 마케팅의 효과적인 전략이다. 노출이 반복되면 무의식에 스며들어 선택지 중 하나가 된다. 이건 물건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되는데 별 관심 없던 사람도 두세 번 반복해 만나다 보면 친밀감이 형성되어 호감으로 느끼기 쉬워진다. 우리의 뇌는 자주 접한 정보를 중요하다 여기는데 마케팅에서는 이를 단순노출효과라고 지칭한다.


노출 이외에도 차별화, 스토리텔링, 참여 유도, 단순화 등의 방법이 있는데 나에게는 감각 자극이 빠르게 잘 통한다. 후각의 영역에서는 물건이나 공간이 내 스타일의 향기를 가졌을 때 나의 선택지에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좋아한다의 영역은 취향 문제여서 향기의 좋고 나쁨은 철저히 나의 주관으로 결정된다.


향수도 내가 선호하는 걸 쓸 수밖에 없는데 현재 나의 사랑을 단독으로 받고 있는 향수가 있다. 향이 맞지 않으면 머리가 아픈 나인데, 이 향은 과할 때를 제외하고는 머리가 아프지도, 질리지도 않아 아직까진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네이밍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나에게 이름도 취향에 닿아 돈을 써도 아깝지 않다. 하나, 둘 늘어가는 공병에는 뿌듯함이 담긴다.


타인에게 칭찬받거나 정확한 제품명을 묻는 질문을 받을 때, 내 살냄새가 섞인 이 향이 나를 설명해 주는 하나의 레이어가 된 것 같아 나름의 자부심이 생기기도 한다. 사실 모두가 좋아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누군가에게는 흔한 향 일 수도 있다. 실제로 재수 없게 내 앞에서 굳이 말한 사람도 있었다.


사람에게도 후각의 영역이 적용되는데 누군가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면 나는 그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긴다. 주변의 사람이라면 궁금증과 함께 긍정의 마음이 뭉게뭉게 퍼지고 지나가던 사람이라도 향기로움이 스쳐가면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이 향기로움이 내 기억 속에 저장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내 마음의 공간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이 더해져야 한다. 좋은 냄새는 당시에 그 사람을 호감으로 만들지만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구름처럼 바람이 일렁이면 지나가는 과거가 된다. 기억으로 저장되기 위해서는 내 감각을 더 선명히 건드려야 한다.


익숙해져서 '호'가 되거나 애정이 있어 '괜찮다'가 되는 건 향긋한 냄새다. 반면, 맡자마자 직관적으로 ’좋다‘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를 때, 이 냄새는 나에게 향기가 되고 기억의 범주에 포함된다. 나도 왜 좋은지는 모른다. 직관적인 판단은 감각이 직선으로 뇌리에 꽂히기에 논리적인 설명이 어렵다.


그런데 최근, 하나의 향기가 기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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