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에 기대어 : 12. 군상

Every Thursday, a new word

by Hee
군상
1. 떼를 지어 모여 있는 많은 사람

2. 미술 회화나 조각에서, 여러 인물을 하나의 주제 아래 형상화한 작품


2025년의 마지막을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하루가 되었다. 지나온 숫자들과 함께 쌓인 기억들은 열 손가락이 아닌 백 손가락으로도 세기 부족하다. 그만큼 풍성한 하루하루를 보내온 나지만, 아무리 좋았던 추억도 시간의 흐름 속에선 휘발되기 쉽다. 하지만 사진들은 나를 그 순간으로 데려다주는 타임머신이 되기에 올해가 끝나기 전, 이 순간들에 잠시 발을 딛고 와야겠다. 여러 일들이 있었고 다채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수많은 아픔을 느꼈고 넘치는 행복을 가졌다. 나를 둘러싼 사건들의 중심에는 역시나 정신적인 환경인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군상 안에 2025년의 내가 있었는지 돌이켜 본다. 그 속에서 배운 다양한 인생실전tip이 떠오르는데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힘듦'에서 온 경우가 많았다. '좋음'은 현재를 누리게 되기 때문에 소중함, 감사함을 가지지만 '힘듦'은 다름에 대한 성찰과 이해, 여기에 따른 기준점이 필요하기에 나만의 시선을 가지려는 노력이 동반된다. 그러다 보면 인생실전tip이 점점 쌓이게 되는데 2025년의 tip도 꽤나 업데이트 된 것 같다.


나는 내가 잘하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업데이트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것들을 전부 드러내지는 않지만 깊숙이 보관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를 공격하고 상처 주려는 목적이 아니기에 표현하는데 큰 거리낌이 없다. ‘직면’이란 단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공간에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 굳이 남의 기준을 가질 필요가 없기에 오늘은 그 솔직함을 조금 담아보겠다.


올 한 해, 내 환경을 이룬 다양한 군상들로 나는 울고 웃었다.


나를 울린 사람들은

계산적인 사람,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 조언이라는 말로 상처 주는 사람, 양쪽을 이간질하는 사람, 남이 베푼 것은 당연하고 주는 것은 아까워하는 사람, 받은 것에 감사하지 않는 사람, 남을 통제하려는 사람, 본인의 실수를 뒤집어 씌우는 사람, 본인의 결핍엔 무지한 체 시기와 질투를 표출하는 사람, 고압적이면서 아닌 척하는 사람, 강약약강, 나이가 깡패인 사람, 과거의 나를 현재까지 끌고 오는 사람,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사람, 본인의 잘못은 아랑곳하지 않고 복수하는 사람, 자기 객관화가 전혀 안 되는 사람, 말로 본인을 깎아먹는 사람, 마지막으로 나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나는 많이 아팠다. 어느 순간 나도 닮아가려는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든 적도 있었다. 부정적인 건 시야에만 있어도 물들어 정신줄을 잘 붙들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사람들을 마냥 욕하기보다는(물론 욕도 했지만) 그들의 부족함을 내 그릇을 키우는 연료로 사용했다.


그 과정은 고달팠고 지금도 여전히 어렵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2025년 12월의 나는 2025년 1월의 나보다 더 튼튼한 마음의 근육을 가졌다는 것. 내 마음에 눈물이 맺히게 만든 사람이 있어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비춰준 사람이 더 많아 눈물은 금세 바짝 말랐고 지금처럼 환히 웃을 수 있었다.


나를 웃긴 사람들은

따뜻한 말로 애정을 전해주는 사람, 나의 장점을 확장시켜 주는 사람, 유머코드가 맞는 사람,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 나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사람, 내 부족한 면을 포용해 주는 사람, 본인의 실수를 마주하는 사람, 잘못에 대한 사과를 하는 사람,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 자기 객관화를 노력하는 사람, 받은 것에 감사하는 사람, 시기 질투보다는 성장하려는 사람, 나를 성장시켜 주는 사람, 나와 다름을 불편해하지 않는 사람, 다양함 속 나의 취향이 있는 사람, 강강약약, 본인의 루틴을 지키는 사람, 감정이 풍부하나 남에게 해소하지 않는 사람, 나와 함께하는 시간에 진심을 쏟는 사람,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 선을 잘 지키는 사람, 마지막으로 나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들 덕분에 나는 2025년 정말 많이 웃었고 즐거웠고 행복했다. 나를 울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나를 웃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껏 내 애정의 시야에 담긴 사람들에게 이 따스함을 표현해 왔고 표현할 거다. 앞으로도 물씬.


올해 초, 나의 눈빛을 칭찬해 준 사람이 있었다. 아직까지도 많은 것에 호기심이 넘치는 나는, 썩은 동태눈깔이 아님을 감사해하며 2026년에도 빛나는 눈빛을 가지고 싶다. 한 살 한 살 달라지는 나이테로 어른의 언행이 기본적으로 갖춰지고 있지만 나는 날 것의 ‘나’도 소중해서 솔직한 감정표현을 하는 ‘내’가 좋다. 예전 글들을 보다 보면 달라진 나의 관점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확신의 단정은 말아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신은 가져야겠다 생각한다. 이 생각들이 바뀌어 가는 과정 또한 나니깐.


갑자기 짠 하고 완벽하게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멋있어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멋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 여정은 자주 속상하고 후회되고 회피하고 싶은 단편들을 만들어낼 테지만 달라질 내가 기대된다면 탈피하고 싶은 껍데기가 아닌 빛나게 해 줄 바탕이 될지도?


이 공간은 나라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나의 경험, 나의 생각, 나의 깨달음. 다른 사람들을 틀렸다고 말하기 위해 정답지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머릿속 사유를 정리해 써내려 가는 나라는 책의 한 챕터다. 내가 옳다 생각하는 정답지가 틀린 오답일 수 있다는 생각을 부디 가져보길. 노력이라도 하려는 나처럼.


그리고 Merry Christm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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