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회사를 다니는데 필요한 3가지
회사 고민의 팔 할은 사실, 다 사람에서 온다. 얼마 전 <유퀴즈> 방송에 출연한 빌 게이츠조차,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다고 말하더라.
나를 괴롭히는 상사, 나를 자극하고 시기하는 동료, 나를 무시하는 후배와 같은 스트레스 유발자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게 바로 회사다.
하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이런 빌런보다, 회의 때마다 말이 앞서는 옆부서 팀장님, 기억력이 나쁘고 정리가 잘 안 돼서 말과 일을 번복하게 만드는 사수, 자꾸 실수를 해서 잔일을 만드는 후배 등… 소소하게 은은하게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존재가 더 무서운 법이다.
일 그 자체보다는 일을 같이 해야 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 특정한 사람에 대해 파고들라는 게 아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해하라는 말이다.
첫째, 인간은 다 다르다
둘째,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누구나 아는 뻔한 사실이지만, 내 숨통을 조여 오는 인간들과 매일 일하며 ‘그래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니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기란 실로 쉽지 않다.
하지만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감정적 계기로부터 만난 이들이 아닌, 엄밀히 말하면 ‘돈’이라는 필요에 의해 함께 있는 것이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넘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겠다면?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두 번째 진실을 기억해야 한다. 저 사람은 계속 저렇게 나를 힘들게 할 테고, 나는 계속 이렇게 힘들 테고… 타인을 변화시킬 수 없으니 바꿀 수 있는 건 바로 나 자신! 내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는 사람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적은 없는 것 같다. 사람 때문에 힘든 게 대부분이었지만, 이직을 고려할 때 기준은 사람이 아닌 내 일적인 성장이 늘 우선이었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을 믿기에 지금 내 눈앞의 또라이를 피해서 이직했다가 더 엄청난 또라이를 만나면 어쩌지란 걱정 때문에 사람으로 인한 퇴사만큼은 정말 꾹 참고 버텼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턱밑까지 차오를 만큼 버티다 보면 그 빌런이 나보다 먼저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에게 빌런은 다른 이들에게도 빌런이나 또라이인 경우가 많기에, 적당한 나보다는 그 사람이 그만둘 확률이 더 높은 것이다.
또한 회사는 기본적으로 나와 같은 일개 평사원보다 직책자나 임원들이 그만두거나 잘릴 확률이 더 높은 곳이기에, 내가 싫어하던 빌런 상사들은 늘 나보다 먼저 퇴사하거나, 조직을 옮기거나 그랬다.
그러니 인간의 본성을 두 번 세 번 명심하며 버티다 보면 적당히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된다.
계란에 한 바구니를 담지 말라는, 분산 투자에 관한 명언이 있다. 나는 그 명언을 회사생활에 적용시켜 정신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즉, 회사나 회사 일 그리고 회사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에 너무 몰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직장에서 근무할 때만큼은 몰입이 필요하다. 직장에서 일을 하지 말고 딴짓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9시부터 6시, 주어진 근무 시간만큼은 자신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가끔 필요하면 야근이나 주말근무를 할 수도 있다. 특히 신입이나 이직을 처음 한 얼마의 기간 동안은 어느 정도 몰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다면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추가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만큼 성장이 보장되는가? 그리고 그 성장한 미래의 내 모습이 만족스러울 것 같은가? 그렇다면 지속하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적당한 삶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그런 삶이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가 필요하다. 진지하게 이직이나 전직을 고민해봐야 한다.
첫 번째 직장에서 나는 주말과 야간 근무를 밥 먹듯 했었다. 힘들거나 불만스럽진 않았다. 그 일의 특성이 그렇기도 했고, 내가 원하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회사였고 성장의 한계를 느꼈다. 좀 더 하고 싶은 일에 가깝고, 규모도 크고 조건도 더 나은 회사로 이직을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정시 퇴근이 가능하고 퇴근 후 회사 일을 할 필요 없는 삶이 얼마나 윤택한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았던 건, 회사에서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의미가 미약한 것인지에 대해서다. 가족 혹은 친구와 같은 느낌으로 회사 동료나 선후배를 생각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니었다.
물론 몇 명의 동료, 선배와는 지금도 소중한 연을 이어오고 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이름조차 기억 안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런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내가 얼마나 마음 졸이고 할 말도 못 했는지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
예의 없게 굴라는 말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는 만큼 사람을 대할 때는 늘 예의를 갖추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가족 혹은 친구와 동등하게 여길 필요는 전혀 없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칼같이 워라밸을 지켜 칼퇴하고, 집에서 절대 회사일을 하지 말며 회식은 웬만해서 가지 말되 회사 사람들과 선을 지켜 인간관계를 맺으란 말이 아니다.
회사에서 일이 잘 안 풀릴 때, 회사에서 관계가 어려울 때, 회사에서의 내가 맘에 들지 않을 때… 하루 종일 보내는 회사인 만큼 회사에서의 이슈들이 나의 삶 전체를 잠식하는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그것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회사는 너무 중요하지만, 회사가 결국 인생의 전부는 아니며 회사에서의 나 그리고 회사에서의 관계가 내 모든 관계 혹은 나 자신을 대변해 주는 것은 아니기에.. 그것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게 잘 안 돼서 괴로움에 퇴근 후 술을 마시고 쓰러져 잠드는 대신 운동이나 여행 혹은 자기 계발과 같이 건강한 에너지를 쏟을만한 무언갈 만들어서 회사에 몰입된 정신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식으로든 건강하게 에너지를 충전해야 매일의 적당한 회사생활에 빨간불이 켜지지 않는 법이니까. 노란불이 빨간불이 되기 전에 스위치를 끄고 회사로부터 정신을 분리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 초록불을 켤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처음부터 적당히 회사를 다니고 싶었던 사람은 아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싶었고, 회사에서 누구보다 큰 인정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 좌절의 기로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 년 이년 십 년 그 이상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나는 적당히 회사를 잘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처음엔 내 능력을 몰라주는 회사나 상사를 탓하기도 했었다. 상사가 멍청해서, 회사가 대기업이 아니라서 나 같은 인재를 몰라주는 거라 진심으로 믿었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나보다 먼저 승진한 동료나, 승승장구하며 팀장에서 임원까지 올라가는 상사를 보며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그러나 회사에는 필요한 능력이 그들에게 있거나, 내가 죽어도 하기 싫은 일을 그들은 기꺼이 했거나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간을 되돌리면 나 역시 그런 행동을 하고 그들처럼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내 삶을 잠식하면서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나는 아님을 알기에 나는 적당한 회사생활과 그에 맞는 처우에 만족하기로 했다.
대신 회사에서 100% 쓰지 않고 남은 에너지들로 다른 것들을 하며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내게 맞는 행복을 찾기로 했다.
그러니까 회사에서 승승장구와 모두의 인정, 높은 연봉, 임원 등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내가 쓰는 이 글들에 절대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대신 적당히 회사를 다니며 적당히 개인의 삶을 유지하며 회사 밖에서의 인생을 준비하고 싶은 이들에게만큼은 분명한 팁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모든 선택엔 그에 따른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