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사랑해서 결혼한 결과
나는 늘 너무 사랑하는 사람 대신 적당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적당한 결혼 상대이자 적당히 사랑한다고 느껴지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여자보다 남자가 더 사랑해야 행복한 결혼’이라는 출처 모르는 이야기를 굳게 믿었다.
결혼 후 남편과의 적당한 선을 지키며, ‘나 쫌 쿨하고 mz스러운데?‘라고 만족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아낌없는 사랑을 주던 남편은 변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나를 닮아갔다.
내가 주는 적당한 사랑 딱 그만큼의 사랑을 그도 주었고, 내가 먼저 그어버린 선 밖에서 남편은 점점 자유를 느끼는 것 같았다.
10여 년 가까이 남편과 살며 죽일 듯 싸워가며 내가 배운 건 진짜 사랑의 모습에 대해서였다.
(사실 아직도 배우고 훈련하는 중이긴 하다)
얼마 전 진서연이라는 배우의 말이 뇌리에 박혔다.
결혼 전 남편과의 결혼을 고민할 때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보물을 너에게 주니, 잘 간직했다가 있는 그대로 돌려주라 “
보물이라.. 남편을 보물이라 표현하는 그 마음이 귀했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은 ‘있는 그대로’인 것 같았다. 상대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지켜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상대의 어떠함 때문이 아닌, 나의 품어주는 마음이 곧 사랑임을 나는 10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해보고야 알겠는데 저 언닌 이미 알고 있었구나.
결혼 후 나는 남편에게서 단점을 찾기 바빴다. 그놈의 단점은 파도 파도 계속 보였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더 심해졌다. 나의 남편이 아닌, 내 딸의 아빠라는 기준을 추가하니 용납할 수 없는 단점들이 늘어갔다.
“어떻게 내가 저런 남자랑 결혼을 하게 됐을까?‘인생을 한탄하기에 이르렀다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 버스에서 찔찔 운 적이 있는데, 바로 김나영의 결혼식 영상을 보고서였다.
‘나의 사랑 나영. 당신이 멋지지 않을 때도 나는 마음이 변치 않을 거예요 ‘
그 사랑이 너무 크고 귀해서, 내가 다 눈물이 났다.
사랑에 적당함이란 게 있을까?
아이를 키우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어떠함 때문이 아닌 그 자체로 사랑하는 것. 또 그 사랑은 변치 않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것. 이거 하나면 아이가 바로 자랄 수 있다고들 전문가들은 말한다.
내 남편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랑을 받으며 살아욌고,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인데… 나는 무슨 자격으로 남편의 어떠함을 평가하기 바빴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남편을 평가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남편을 향해 세웠던 뾰족뾰족한 벽을 조금씩 허물자 남편 또한 같이 벽을 허물어가는 게 보였다. 매일 잔소리해도 그대로였던 내가 싫어했던 남편의 행동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역시 거센 바람보다 따스한 햇살이 우위인 걸까?
사랑에 적당함은 없는 것 같다.
아낌없이 사랑을 주겠노라 말하긴 아직 어렵고, 이러다 또 어느 날 남편에 대한 미움이 우수수 밀려올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적당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내 명제는 완전히 틀렸다. 여자보다 남자가 더 사랑해야 행복한 결혼이란 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